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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TE] 02. 사라진 양말

27 Mar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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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어김없이 잃어버렸다.

이제는 짝이 없는 양말이 늘어가는 것도 능력이라 생각한다. 양말이 사라졌는데 결국은 세탁기 천장에 붙어있었다는 뻔한 이야기가 아니다. 나는 잘 잃어버리고, 잘 고치는 반면 잘 망가뜨리고, 잘 잊어버린다. 연약한 양말들은 흐물흐물 늘어지기 일쑤였고 비 오는 날에는 하얀 양말을 회색으로 만들었다. 박자가 어긋나는 것 같았다. 분명 제대로 된 한 켤레를 신었는데 빨래통에 한 짝, 양말 주머니(집에서 신는 양말들을 모아둔 주머니)에 한 짝, 이불 밑에 한 짝, 바지 중간에 한 짝. 그렇게 남은 한 짝들은 엇박자처럼 애매하고 이상한 곳에서 머물고 있었다. 켤레가 되지 못한 양말 몇 개는 창틀과 유리의 먼지를 훔쳤다. 고민해서 살 때는 언제고, 먼지에 뒤엉킨 양말은 가차 없이 버려졌다.

지난여름, 긴 여행에서 만난 친구와 잃어버린 것에 대해 오래 이야기한 적이 있다. 머리맡에는 노란 등을 켜 두었고 방에서는 향냄새가 솔솔 불었다. 방글라데시에서 온 그녀는 밤마다 향을 피우며 기도를 했다. 그날은 나도 함께 기도를 드렸고, 어디에 있을지 모르는 신에게 앞날을 잘 부탁한다는 말을 전했다. 조용한 시간이 끝나고 그녀는 이렇게 말했다. “때로는 너무 많은 것들을 잃어버려서 내가 무엇을 가지고 있었는지조차 모르겠어.” 어릴 적 차를 타고 가다 창문 틈으로 날아가 버린 커다란 트위티 풍선이 생각났다. 그녀가 떠나던 날, 침대 위에는 들고 다닐 수 있는 작은 빨래 건조대와 진한 초코케이크 한 조각 그리고 양말 두 짝이 놓여 있었다. 창밖에서 그녀가 나를 불렀다. “네가 잃어버린 양말 내 빨래 사이에 있더라!” 잃어버린 줄도 몰랐던 양말과 잊고 지냈던 오랜 기억들이 그녀를 통해서 선명해지기 시작했다.

잃어버린 것들은 대부분 돌아오지 않았다. 아빠가 선물해준 반지도, 양말 한 짝도, 쏘아 올린 불꽃도, 흐릿해진 기억도. 무엇 하나 잡을 길은 없었고 사라져야만 어느 날의 내 것이었음을 알게 되었다. 넘쳐나는 시대에 하나쯤 잃어버려도 괜찮다고 생각하지만, 너무 많은 것들을 잃지 않았으면 좋겠다. 너무 많은 것들이 떠나지 않았으면 좋겠다.


Written Kang Nayeong
Photo Hac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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