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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TE] 04. 마들렌의 기억

12 Apr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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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하루를 생각하면 나의 모든 신경이 그날을 기억하는 것처럼 곤두설 때가 있다. 나는 바람이 많이 불던 독일의 한 시골 마을에서 살고 있었다. 밤에는 모닥불을 하늘 끝까지 올려보냈고, 우리라고 부르는 사람들과 매일 함께 지냈다. 우리는 하루에 4시간 정도의 적당한 노동을 하고 심심치 않게 독일어를 배우며 자주 들판을 거닐었다. 이곳에는 몸과 마음이 평안 하고자 하는 이들의 발걸음이 잦았다. 대부분 어른이라고 불리는 사람들이 많았지만, 이제 막 아이가 태어난 가족, 나이가 든 노부부, 청춘을 꽉 쥐고 있는 친구들도 찾아왔다. 목요일 저녁에는 태국에서 요리를 공부하던 친구가 식사를 준비했다. 젓가락을 쥘 때마다 몰려오던 편안함을 여태 잊지 못한다. 따뜻하고 반가운 삶을 살고자 하는 마음이 여기서부터 시작된 것이 아닐까

소낙비가 떨어지던 날, 커다란 가방으로 비를 막으며 이곳에 도착했다. 혼자 떠난 여행이 막바지를 향하던 시점이었다. 짐은 곧 두려움이라며 하나씩 버리다 보니 달랑 여행 가방 하나만 남아있었다. 긴 오솔길을 걷다 보니 세모난 지붕이 여럿 보였다. 정원에는 노란 꽃들이 피어 있었고 벤치에서 뜨개질을 하는 그녀가 보였다. 그녀는 나를 오래전부터 알았던 사람처럼 두 팔을 벌려 인사했다. 오래된 종이 냄새가 코끝을 스쳤다. 나는 그녀가 책을 만지는 일을 할 것이라고 당연하게 생각했다. 그렇게 우리는 한 달간 같이 방을 쓰게 되었다. 그녀는 아침마다 나무 냄새가 나는 방에서 요가 수업을 열었다. 한가한 오후에는 주방에서 마들렌을 구웠고 고소한 냄새가 날 때면 이미 주방에 사람들이 가득 모여 있었다. 나는 그녀가 움직일 때마다 풍기던 모든 향을 사랑했다. 특별한 날에만 뿌리던 달콤한 향수도, 산책만 다녀오면 물씬 나던 풀냄새도, 샤워 후에 바르던 레몬 향 오일도, 밤 마다 켜 두던 은은한 향초까지. 그녀는 떠나던 날 사람들과 포옹을 하며 달콤한 향을 곳곳에 남겼다. 주방에는 마들렌이 거대하게 산을 이루고 있었다.

여전히 마들렌을 먹을 때면 그녀의 달콤한 향기가 주위를 맴돈다. 코 끝에 머물던 것들은 조용하고 강하게 어떤 날들을 데려왔다.


Written Kang Nayeong
Photo SOCKSTAZ Fragrance



Q. 어떤 냄새나 향기를 맡으면 오래 전 기억이 생각날 때가 있습니다. 당신이 잊지 못하는, 좋아하는 향기를 소개해주세요.

여러분의 이야기를 댓글로 남겨주세요.
추첨을 통해 소중한 이야기를 들려주시는 1분께 삭스타즈 상품권 1만 원을 적립금으로 지급해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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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모양 2019-04-20 0점
    수정 삭제 댓글
    스팸글 그는 방방곡곡을 돌아다니는 사람답게 여러 가지 냄새가 났다. 갖은 바람 냄새, 초록 풀 냄새, 간지러운 아기 냄새, 달달한 사탕 냄새, 일하는 사람 특유의 냄새, 그리고 그런가 하면 가끔은 어떤 냄새도 나지 않았다.
    하지만 무엇보다 그에게서는 내가 한 번도 맡아보지 못한 섬유 유연제 냄새가 났다. 그가 떠오르는 단 하나의 냄새를 고르자면 바로 그것이었다. 부드럽고 아늑해서 금세 그리워지는. 꼭 그를 닮아있는 냄새였다.

    그런 그의 냄새로 나는 애틋하고 쓸쓸하게 그를 생각하게 되는 미래를 예감하게 된다. 나와 그에 대해 예감하는 유일한 것이다.
  • 두딸맘 2019-04-21 0점
    수정 삭제 댓글
    스팸글 아기를 낳고 얼마 지나지 않았을때 봄도 왔었어요. 따뜻한 햇살과 아기전용세제로 세탁을 하고 아기의 깨끗한 살냄새와 모유먹은후 약간의 아가토냄새와 금방 목욕을 하고 나온 아가가 바르는 파우더리한 로션과 궁둥이 팡팡 파우더 향이 섞인 오후가 너무나 좋았어요.
    그 신기하고 중독성있는 그야말로 아가냄새를 너무 좋아했어요.
    그 무엇보다 깨끗하고 순수한 그런 향이지 않을까 싶어요.
    그래서 그때 쓰던 아가세탁세제향이나 로션향을 맡으면 나도 모르게 눈도 지긋이 감아지고 포근하게 잠이 들것만 같은 느낌이 들어요.
    인공적이지 않고 가벼운듯 부담스럽지 않은 포근함이 있는 향 그런향이 저는 늘 그립고 좋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