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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TE] 05. 마음에도 양말이 필요해

25 Apr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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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내가 만났던 수많은 선생님들 중에 가장 흥미로운 사람이었다. 한참을 올려다봐야 볼 수 있는 큰 키에 노란색 머리, 양팔에 그려진 기하학적인 도형의 타투, 그리고 일 년 내내 짝이 맞지 않던 양말. 여기서 핵심은 ‘일 년 내내 짝이 맞지 않던 양말’이다. 그는 복숭아뼈 위까지 올라오던 긴 양말을 매일 같이 신었고, 겨울에는 두 겹 세 겹까지 겹쳐서 신기도 했다. 보면 웃음이 날 수밖에 없는 신나는 사람이었다. 그는 덴마크에서 나고 자랐지만 한 해가 끝나면 짐을 싸서 지구 반대편으로 떠났다. 그러다 날이 더워지면 집으로 돌아와 끊어져 있던 이곳의 날들을 이어갔다. 그가 어디로 떠나는지는 아무도 몰랐다. 누군가는 전쟁 중인 나라를 다녀왔다 했고, 누군가는 인도의 어느 마을에서 수련을 했을 것이라 했고, 누군가는 지중해 어느 바다에서 배를 몰았을 것이라 했다. 그는 소행성에 사는 어린 왕자 같았다. 우물을 감추고 있는 사막처럼 신비로웠고 때 묻지 않은 순수함 사이로 묵직함이 있었다.

양말은 그를 나타내는 어떤 징표 같았다. 왜 짝짝이로 신느냐는 질문에 “그냥 손에 잡히는 대로 신을 뿐이야.”라고 했지만, 숨겨진 비밀을 들추고 싶지 않았다. 그의 생일에는 많은 친구들이 짝짝이로 양말을 신고 왔다. 알맞은 한 쌍의 양말이 무의미해지던 날이었다. 그는 수업에서 몸과 마음에 힘을 쭉 빼는 방법을 가르쳤다. 이를테면 단단하게 호흡을 하는 법, 자유자재로 몸을 움직이는 방법, 마음속 서랍을 들여다보는 법을 알려주었다. 조용한 명상 중에도 그의 양말은 알록달록했다. 그는 유쾌한 웃음으로 "마음에도 양말을 신겨 줘야 해. 자신을 보호하고 안아 주는 것도 중요한 일이야.”라는 말을 자주 했다. 그가 짝짝이로 양말을 신는 이유는 끝내 알지 못했다. 정말로 짝을 맞출 필요를 버렸을 수도 있고, 키우던 개가 한 짝씩만 물어갔을 수도 있다. 아침에 양말을 고르는 그의 표정이 궁금해졌다. 하루를 지탱하는 발에게 선사하는 그만의 재미있는 선물이 아닐까. 양말이 그의 발에 쏙 안겨 있는 것 같았다. 마음에도 양말이 필요하다는 말은 한참 동안 내 발을 간지럽혔다



Written Kang Nayeong
Photo Hansel from Basel



Q. 양말은 우리의 가장 낮은 곳에서 발과 걸음을 지키고 있는 걸지도 모르겠습니다. 당신에게 양말은 어떤 의미가 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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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ashesoftime 2019-04-29 0점
    수정 삭제 댓글
    스팸글 길을 걷다가, 지하철을 타거나, 까페에 앉아 시간을 보낼 때, 하물며 어딘가 아파 병원을 갔을때도 그 사람들의 양말을 보게 돼요.

    멋진 옷, 예쁜 가방도 좋지만 어울리는 양말을 신은 사람을 보면 마음이 그렇게 설레어요.

    여자인지 남자인지, 어린지 늙었는지, 핸드폰을 보는지 책을 보는지는 중요하지 않아요.

    그 사람은 오늘 어쩌다 그 양말을 신겠다고 마음 먹었을까, 내 시선은 그렇게 항상 가장 아래를 향해요.
  • sockstaz 2019-05-13 0점
    수정 삭제 댓글
    스팸글 안녕하세요, 삭스타즈입니다.

    노트 댓글에 당첨되셨습니다!
    적어주신 소중한 이야기 정말 감사드리며, 적립금도 지급되었습니다.
    더 좋은 글로 찾아뵙겠습니다.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