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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TE] 06. 집에서 집으로

13 May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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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지 않은 곳에 산이 있다. 이 집을 선택하게 된 가장 큰 이유는 초록을 등지고 있는 동네가 마음에 들어서였다. 첫차와 막차가 들어서는 역이 있고 주말에는 등산객들이 동네를 맴돈다. 집을 떠나 집으로 왔다. 사람이 모이고 지붕이 있는 곳은 다 집이라고 불렀다. 아늑함이 넘치다 못해 흘러내리는 곳, 힘을 주지 않아도 되는 곳, 취향이 잘 반영된 곳.

요즘은 불필요한 물건을 줄이고 꼭 필요한 물건으로만 살아간다고 하는데, 나는 그러지 못했다. 적당하게 주변을 채우고 있는 것들이 나쁘지 않았고 그냥 그렇게 살아도 좋을 것 같았다. 엄마는 내가 너무 많은 것들을 쥐고 산다고 했다. 자주 보는 친구는 “너는 미니멀 라이프가 아니라 주섬주섬 라이프야.”라며 집은 주인을 똑 닮는 것 같다는 이야기를 했다. 고양이를 키우는 친구의 집에는 고양이 털이 둥글둥글 굴러다녔고, 대추 농장을 하는 친구의 집은 손이 닿는 곳마다 견과류와 말린 과일이 있었고, 화사한 색을 좋아하는 친구의 집은 파스텔색의 벽지가 가득했다. 집은 언제나 나를 무장해제 시켰다. 연한 색의 잠옷과 느슨하게 묶은 머리 사이로 바람이 불 때면 행복이 밀려왔다. 아기가 엄마의 품에서 곤히 잘 자는 것처럼, 집은 엄마의 살 냄새 같은 포근함이 가득했다. 가장 자유롭고도 느슨한 것들이 모여 있다. 집에서는 아무것도 하지 않는 연습을 했다. 가족들은 이 집을 ‘서울 집’이라고 부르는데 지나칠 정도로 바쁜 도시에 알맞은 이름이라 생각했다. 등을 바닥에 대고서 깊게 숨을 쉬었다. 생각이 생각으로 꼬리를 물다가 잠이 드는 게 좋았다. 이 와중에 햇살이 커튼을 밀고 들어온다면 더욱이 딱.

힘껏 힘을 주며 지내다가도 집에 들어오는 순간, 와르르 무너진다. 집이 나를 데려오는 것 같다. 마음껏 쉴 수 있게, 마음껏 자유로워질 수 있게. 아침에는 양말을 비장한 마음으로 신지만, 돌아오면 제일 신나게 벗어버린다. 오늘도 집에서 집으로 돌아온다.


Written Kang Nayeong



Q. 나만의, 우리만의 편안함이 가득한 곳. 당신의 집을 이야기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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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첨을 통해 소중한 이야기를 들려주시는 1분께 삭스타즈 상품권 1만 원을 적립금으로 지급해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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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tlsrbgjs1 2019-05-13 0점
    수정 삭제 댓글
    스팸글 밤 늦게 집에 들어오면 자다 깨서 반쯤 감긴 눈으로 현관 앞까지 우리를 마중나오는 하니. 가족 모두가 귀가하면 그제서야 하니는 퇴근을 하고 하루를 마무리한다. 누군가 나를 기다려준다는 것만큼 든든하고 따뜻한 감정이 있을까. 하루를 마치고 되돌아가고 싶은 곳. 우리 가족에게 집이 그런 공간일 수 있는 것은 하니의 오랜 기다림과 반김이 있기 때문이다. (우리가 양말을 벗을 때까지 기다렸다가, 확 낚아채가는 너의 심리가 궁금해)
  • sockstaz 2019-05-23 0점
    수정 삭제 댓글
    스팸글 안녕하세요, 삭스타즈입니다.

    노트 댓글에 당첨되셨습니다!
    적어주신 소중한 이야기 정말 감사드리며, 적립금도 지급되었습니다.
    더 좋은 글로 찾아뵙겠습니다.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