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상품목록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


[NOTE] 07. 나의 팔레트

23 May 2019

게시판 상세


2년 전 한 뮤지션이 ‘Palette’라는 앨범을 내던 날, 나는 긴 여행의 종착지로 향하고 있었다. 대단한 호기심으로 10시간이 넘는 버스를 탔고, 이후 버스에서의 멀미는 종지부를 찍었다. 버스의 와이파이는 한 칸이 되었다가 사라지기를 반복했다. 급한 한국인의 마음은 애가 탔지만, 참을 수 없는 심심함을 이기지 못했다. 한 곡이 재생되기까지 무려 30분이 걸렸다. 앨범 커버에는 다홍색 원피스를 입은 한 뮤지션이 알 수 없는 표정을 짓고 있었다. 25살의 어린 뮤지션은 자신에 대해 또박또박 진솔하고 다정하게 이야기했다. 가사는 그녀를 닮아 있었고, 새하얀 팔레트 위에 예쁜 물감으로 채워져 있었다. 창문 밖으로 빛을 머금은 주황 노을이 가득 차올랐다.

얼마 전, 옷장을 열어보니 칙칙하고 어두운색이 가득했다. 검은색 계열은 입었던 적이 없었던 것 같은데 대부분 무난하고 심심한 색들이 많아진 사실이 왠지 모르게 서운했다. 통통 튀던 옷들은 옷장 깊숙한 곳에서 나올 생각이 없어 보였다. 하얗고 푸른 옷들을 좋아라 했는데 그새 무엇이 변한 걸까. 그림을 그리는 사람들이 감정에 따라 물감의 묽기가 달라지는 것처럼, 그때의 나는 노란색 기쁨이, 푸른색 청춘이 아주 짙었던 걸지도 모르겠다. 오래된 친구는 며칠 전 알게 된 사람에 대해 이야기했다. 그는 색으로 사람들을 상담하는 사람이었다. 일반 병원처럼 전문적이진 않았지만, 사람들과 대화를 좋아하는 그가 색깔에 기대어 이야기하는 모습이 내내 선명했다고 말했다. 친구는 나의 지난 시절을 떠올렸다. 아주 치열하고 벅 찼던 나날들. 그 속에서 나는 긴 음악을 틀어 놓고 조용한 대화를 이어가던 사람이었다. 옅어지는 나를 두고 쫓아가기 바빴는데 만난 적 없던 나의 색은 어느 날 보다 아름답게 느껴졌다.

구름 색을 좋아해서 그런지 나는 어딘가 조금 흐리거나 푸르렀다. 또박또박하게 설명하는 것은 여전히 어렵고, 다채로운 색은 나를 어지럽게도 했다. 저마다의 색을 가진 이들을 동경하다 내가 가진 이름 모를 색들을 허공 위로 떠올렸다. 영원히 알 길이 없다고 생각했다. 이제 조금 알 것 같다고 말하는 어느 뮤지션처럼, 그러니까 나도 이제서야 조금씩. 아주 멀리 있었던 것들이 선명해지고 있었다



Written Kang Nayeong



Q. 좋아하는 색은 어딘가 자신을 꼭 닮아 있다고 합니다. 당신을 닮은 색, 좋아하는 색을 이야기해주세요

여러분의 이야기를 댓글로 남겨주세요.
추첨을 통해 소중한 이야기를 들려주시는 1분께 삭스타즈 상품권 1만 원을 적립금으로 지급해드립니다.

댓글 수정

비밀번호 :

수정 취소

/ byte

댓글 입력

COMMENTNAME :PASSWORD :

/ byte

왼쪽의 문자를 공백없이 입력하세요.(대소문자구분)

회원에게만 댓글 작성 권한이 있습니다.



  • daisy948 2019-05-25 0점
    수정 삭제 댓글
    스팸글 여름에 입으려고 하얀색 스퀘어넥 블라우스를 사서 집에왔는데
    옷정리하다보니 똑같은 옷이 나와버리는 황당한 경우...
    제취향이 소나무인게 문제겠죠?ㅎㅎ
    물론 옷디테일은 조금달랐지만!
    똑같은 스퀘어넥에, 하얀색에, 얇은긴팔블라우스.
    나란히놓고 단톡방에 찍어보냈더니 친구들은 웃음과 함께
    저의 한결같은 취향을 인정해줬습니다ㅋㅋㅋ
    하얀색은 사실 때탈까봐 두려운 색상이라 실용성이 높진않은데
    핸드폰 케이스도, 모자도, 신발도, 가방도, 상의도 하의도 왜 그렇게 흰색을 사모으는지 모르겠어요.. 매번 끌리는색상이에요ㅠㅠ
    화이트와 저의 공통점이라곤 그냥 저도 얼굴색이 하얗다는정도지만, 아마 앞으로도 저의 최애컬러는 화이트일것같습니당ㅎㅎㅎ
  • m1222 2019-05-29 0점
    수정 삭제 댓글
    스팸글 저는 파스텔 색들을 좋아해요. 보고있으면 마음이 편해지는 것 같아서요. 그 중에서도 특히 연보라색을 좋아해요. 연한 보라색을 띄는 꽃도 좋아하고, 해가 질 때 가끔 나오는 보랏빛과 분홍빛 사이의 신비로운 하늘의 색도 좋아해요.

    아마 저는 강렬하고 뚜렷한 색보다는 자연스럽고 편안한 색을 좋아하는 것 같아요. 지금의 저는 그렇지 않지만, 누군가에게 편안함을 주는 그런 색을 지닌 사람이고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