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상품목록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

JOURNAL

  • 에디터 에디의 디깅노트
    • 영국양말의 자존심: CORGI
    • EDIT BY 에디 | 2022. 8. 11| VIEW : 1707


    영국 황실의 인증을 받은 CORGI 양말을 대하는 우리의 시선은 다른 패션 아이템들과 비교했을때 굉장히 단촐하고 단순할 때가 많다. 매일 착용하고 신는 아이템임에도 남들에게 쉬이 보이지 않는 아이템인 탓에 선택과 결정에 별다른 수고와 고민을 들이지 않는다. 그러나 이 보이지 않는 아이템에 누구보다 열과 성을 다하는 브랜드들이 세계 곳곳에 존재한다. 손바닥 한 뼘 남짓한 편물을 위해, 그것을 신는 소비자의 편안함과 (양말에도 고수하고 싶은) 남다른 미적 감각을 충족시키기 위해 말이다.

    양말을 좋아하는 사람들이라면 그 작은 디테일의 차이를, 그 힘을 안다. 수 십, 수 백 켤레의 양말을 구매해서 신다보면 그 차이가 느껴질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양말을 사랑하는 아내는 늘 그 미묘한 차이를 내게 설명하려고 무척이나 애를 쓰곤 했다. 그간 구매해 온, 보통 사람들의 몇 배를 상회하는 양말 더미들을 보며, 또 그것의 효용과 가치를 전하려고 애쓰는 양말 디자이너 아내를 보며 그 애정의 대상이 되는 브랜드들에 어떤 고유함과 특별함이 담겨 있는지 알아보고자 한다. 보통 사람들 눈에는 보이지 않지만 애정을 담아 바라본 그 시선의 끝에 어떤 브랜드 스토리가 숨어 있을지 앞으로 탐구할 요량이다. 양말 한 켤레에 각자 남다른 힘을 쏟고 있는 브랜드들의 이야기를 함께 탐험하며 지금까지 양말을 대하던 그간의 시선에 아주 조금의 변화가 일어나길 바란다. 장대한 여정의 첫 시작은 영국 황실의 인증을 받은 CORGI SOCKS다.

    1892년, 그러니까 우리나라가 여전히 ‘조선’을 국호로 사용 중이며 고종이 즉위한 지 29년이 되던 해 영국 웨일즈에서 코르기 라는 양말 브랜드가 탄생했다. 당시로부터 지금에 이르기까지 무려 130년의 시간 동안 양말을 생산해왔다는 사실도 놀랍지만, 현대에 이른 지금도 여전히 전 제품을 영국산 실로 제작하고, 코르기가 직접 편직을 진행하며 100% 주문 제작으로 생산하고 있다는 사실은, 이들이 중요하게 여기는 ‘헤리티지’의 정신을 가늠케한다. 양말의 제조 과정부터 치열하게 견지하고 관철시키고자 한 완성도와 이를 통해 획득한 품질은 코르기 삭스만의 고유한 정체성으로 자리 잡게 되었고, 그 결과 양말 브랜드로는 이례적으로 1989년 HRH The Prince of Wales로부터 Royal Warrant를 수여 받아 정통 영국 브랜드로 인정 받기에 이른다. 130여 년의 전통이 만들어지기까지 1892년, 웨일즈 남부 카마덴셔 지방의 포목상 Rhys Jones는 중고 편물 기계를 구입한 뒤 그 지역 탄광 광부들에게 필요한 허벅지 높이의 양모 양말을 생산하기 시작했다. 시간이 지나면서 당시 소규모였던 사업 규모와 범위가 확장되었고, 일요일마다 성인 남성들이 교회 갈 때 착용하기에 알맞는 고품질의 양말도 함께 생산하게 되면서 지역 내에서 그 품질을 인정받으며 점차 확고한 자리를 잡아나가게 되었다.

    초창기부터 지금까지 Rhys는 품질 향상에 늘 주력해왔다. 그 결과 그가 만든 니트웨어 악세서리들의 품질이 점차 인정을 받으면서 소비자들이 대를 이어 사용한다는 평판이 쌓이기 시작했고, 이에 따라 그의 제품에 대한 수요가 웨일즈 지방 너머로 점차 퍼져나갔다. 오늘날에도 품질이나 디테일에 대한 Rhys의 집념이 대를 이어 그의 증손녀 Lisa wood와 Chris jones 에게까지 이어지고 있는 건, 바로 이러한 품질에 대한 고집이야말로 코르기 브랜드의 가장 중요한 유산이기 때문이다.

    ©CORGISOCKS


    코르기의 모든 제품들은 지금도 여전히 웨일즈의 공장에서 만들어 지고 있으며 디자인에서부터 포장에 이르는 전 공정에 걸친 최고의 노력으로 최상의 제품을 생산하고 있다. 감각적이면서도 새로운 디자인과 함께 코르기가 주력하는 건 최상의 방직사를 사용하는 것은 물론 환경적인 영향을 최소화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면직과 모직 및 캐시미어 등의 재생 천연 소재를 주로 사용하고 있으며 이러한 방직사들은 모두 최고급 품질로 유명한 영국과 이탈리아의 공장들로부터 수급받고 있다. 코르기는 또한 최신 설비 투자를 통해 작업의 효율을 높이고 동시에 환경적인 영향을 감소시키고자 한다. 새로운 기술의 세탁기계 도입을 통해 20여분 소요되던 세탁 공정을 단 2분으로 단축시키는 등, 생산성과 효율성은 높이면서 시간과 비용은 감소시키고, 동시에 에너지와 물을 절약하려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환경을 위한 코르기의 이같은 노력은 소재와 생산에 그치지 않고, 포장 공정으로까지 이어진다.

    코르기는 환경 보존에 대한 책임에 대해 매우 진지한 태도로 접근하고 있다. 사탕수수로 만든 폴리백을 출시하여 포장에 사용하는 것은 물론 선적용 박스 또한 최소 80% 재활용 소재로 사용하여 환경에 해가 되는 대부분의 자재 사용을 제한하고 있다. 이처럼 소재에서부터 생산, 그리고 포장에 이르는 전 공정까지 코르기는 품질에 대한 고집과 함께 자연과 환경을 고려한 활동들로 지속 가능한 양말 생산 제작을 위해 끊임없는 연구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양말을 대하는 이 같은 장인정신과 그것을 지금까지 관철시켜 온 이들의 고집을 살펴본다면, 1898년 영국 왕세자로부터 Royal Warrent 를 수여 받았다는 점과, 그 이후로도 오늘날까지 왕실 가족들을 위한 양말 제조를 계속해오고 있다는 사실은 어찌보면 당연한 일인지 모른다.

    ©CORGISOCKS

    코르기엔 뭔가 특별한 것이 있다 1892년 처음 생산을 시작했던 이례로 지금까지 코르기는 100% 영국산 제품으로의 정체성을 지켜나가고 있다. 치솟는 유럽 내 인기와 판매에도 불구하고 코르기는 지금도 여전히 기계화된 설비에 생산을 의탁하는 대신 숙련된 장인들에 의해 전량 핸드메이드로 생산되고 있다. 일반적으로 전 공정이 기계식 설비로 이루어지는 다른 양말 제조 공정과 다른 코르기만의 핸드메이드 공정의 가장 큰 장점은, 양말 앞코 부분에는 스티치가 없어(hand link) 이물감 없는 편안한 착용감을 제공한다는 점이다. 양말 한 켤레를 생산할 때마다 숙련된 장인이 손으로 하나하나 양말의 몸통 부분과 앞코 부분을 신중히 이어 붙이는 작업이 추가되기 때문에 인력과 시간 모두 작지 않은 비용이 투입될 수밖에 없다. 우리나라를 비롯해 전세계 대부분의 양말 제조사들이 초창기 시행하던 수작업 공정 모두를 기계화 된 설비로 대체하며 자동 생산 라인으로 구축한 것과 달리 코르기는 여전히 과거와 동일한 방식으로 시간과 인력을 쏟고있다. 그리고 이는 최고의 제품을 생산하는 데에만 몰두하고 있다는 코르기만의 헤리티지와 품질에 대한 자부심으로 이어진다.

    역사와 전통에 대한 자부심, 그리고 언제나 최고급 품질의 양말을 제조하겠다는 강한 기업 정신이 받침되지 않으면 관철시킬 수 없는 행보이자 이들의 양말에 사람들이 엄청난 믿음과 신뢰를 보이는 이유이기도 하다.

    ©CORGISOCKS

    제품보다 신념을 팔아야 한다는 근래의 마케팅 흐름을 이미 실천하고 있던 코르기 우리나라에선 여전히 대중적인 양말 브랜드가 아닐지 몰라도, CORGI는 유럽에서 패셔너블한 남성들이 가장 많이 즐겨신는 신사양말로 알려져있다. 양말을 제조하는 데 있어서 수익보다 품질을 우선시하며 시간과 비용을 들이는 제조사는 전세계적으로도 그리 흔치 않다는 점에서 이 같은 인기는 어찌보면 당연할 지 모른다. 품질을 지키고 발전시키기 위해 물불을 가리지 않는 기업을, 그리고 그 제품을 소비자들은 결코 외면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가장 좋은 마케팅은 결국 좋은 제품’이라는 진리를 코르기는 130여 년의 세월을 통해 증명하고 있는 셈이다.

    혹자는 저렴한 일반 양말들과 비교했을때 상대적으로 값비싸보이는 코르기 양말의 가치에 대해 의문을 표할지 모르나, 나는 다만 하루 대부분의 시간동안 발을 감싸고 있는 양말의 가치에 대해 반문하고 싶다. 아내의 권유로 가장 처음 코르기 양말을 선택해서 신었을 때 그 편안한 착용감과 품질에 감탄하게 된 이후부터 말이다.

    끝으로 코르기 홈페이지에서 발견한 문장으로 이번 브랜드 소개를 마무리하고자 한다. 앞서 기술한 코르기만의 다양한 강점보다 단촐한 이 한 문장이 코르기의 정신을 보다 잘 표현한 듯 했기 때문이다.
    우리는 우리가 만들고 있는 양말로 가장 잘 알려져 있지만,
    그것이 전부는 아니다.
    우리에게는 더 많은 가능성이 펼쳐져 있다.
    일상 속에서 크게 주목하지 못했던, 그래서 무심코 지나쳐보내는 양말에서 우린 작지 않은 만족감을, 그래서 조금 더 편안해진 하루를 느낄 수 있다. 그 가능성에 한 발 더 다가가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