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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OURNAL

  • 점장 구달의 장바구니
    • EP07. 슬기로운 덕질생활
    • EDIT BY 구달 | 2022. 11. 16| VIEW : 745

    삭스타즈 청담 매장에 취직하면서 가슴에 남몰래 앙큼한 희망사항을 하나 품었다. ‘키가 양말 사러 오면 좋겠다♡’ 나는 샤이니의 오랜 팬이다. 2008년 여름에 [누난 너무 예뻐]를 듣고 입덕한 수백만 누나(성별과 나이에 관계없이 이 노래에 반한 모두가 다 누나) 중 한 명으로, 벌써 14년째 같은 그룹을 좋아하고 있다 보니 머릿속에 자연스레 샤이니 회로가 생겼다. 그 회로가 매장 근처에 SM 사옥이 있음을 주지시키고, 키는 패션에 관심이 많은 친구이므로 지나가다 들를지도 모른다는 기대를 심어준 것이다. 물론 취직하고 3년 반이 흐른 지금껏 덕후는 계를 타지 못했다. 그사이 SM 사옥은 성수동 광야로 옮겨 갔다.

    나의 최애를 실물로 보지 못해도 슬기롭게 즐길 수 있는 덕질 생활은 많다. 활동기에는 각종 직캠과 퍼포먼스 영상을 돌려 보기만 해도 하루가 부족하다. 새 앨범을 사서 개봉하는 순간은 우렁찬 기쁨이요, 최애가 입은 옷이나 사용하는 제품을 따라 사는 일명 손민수는 소소한 즐거움이다. 개인적으로는 샤이니 공식색인 펄아쿠아그린색 양말을 모은다. 데뷔일, 컴백일, 생일 등 샤이니에게 의미가 있는 날을 기념하며 신기 위해서다. 좋아하는 아이템으로 좋아하는 마음을 표현하는 나만의 덕질 루틴이랄까.

    10월 23일 일요일, 샤이니 공식 응원봉에 AAA 건전지 세 개를 끼워 넣어 챙기고 양말 서랍에서 응원봉 불빛과 똑같은 색 양말을 꺼내 신었다. 바로 이 순간을 위해 구입한 팬더렐라의 5×3 립삭스. 남성용 정장 양말이지만 14가지 컬러 가운데 민트색이 완전 샤이니 그 자체여서 S 사이즈가 입고되자마자 냉큼 샀다. 역시 예상한 대로 양말을 올려 신으니 덕심이 525퍼센트까지 치솟았다. 한껏 들떠 공연장인 장충체육관으로 가는 지하철에서 민트색 카디건을 입은 분과 민트색 에코백을 멘 분을 마주쳤다. 혼자 속으로 반가워하며 양말이 잘 보이도록 10부 청바지의 허리춤을 슬쩍 추켜올렸다. 재미있는 사실은 지하철에 연두색 옷을 입은 사람이 유독 많았단 점이다. 그날 잠실 종합운동장에서는 네온그린이 공식색인 NCT127의 공연이 열렸다.

    원피스부터 머리핀까지, 소심하게 과감하게 민트색 아이템을 장착한 귀여운 사람들과 3시간 동안 응원봉을 흔들며 공연을 즐겼다. ‘Greatest Of All Time’이라는 이번 공연 슬로건처럼 모든 순간이 최고의 순간이었다. 마지막 곡을 남기고 키가 오늘 공연이 다음 주를 살아갈 힘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는데, 한 주가 아니라 평생을 살아갈 힘이 되리라는 걸 그 자리에 있는 모두가 알았다. 나는 한 가지를 더 예감했다. 앞으로 펜더렐라 양말을 꺼내 신을 때마다 오늘 두 눈 가득 담은 민트빛 물결을 떠올리게 되리라는 것.

    패션을 사랑하는 키가 양말을 사러 올지 모른다는 헛된 희망은 이제 접었다. 대신 샤이니 팬들이 손님으로 와서 양말을 구경하다 펄아쿠아그린색을 발견하고 작게 반가워했으면 좋겠다(굿마더신드롬의 하늘색 투톤 스트라이프 양말 발뒤꿈치와 세컨팔레트의 한글 도트 양말 앞코를 놓쳐서는 안 된다). 더불어 영웅시대라면 그냥 지나칠 수 없는 하늘색 양말, 아미를 위한 보라색 양말 등등도 매장에 구비되어 있음을 알리며, 치열한 티켓팅에 성공하고 나서 응원봉과 함께 양말을 준비하는 덕질 루틴에 동참해 보기를 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