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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OURNAL

  • 룬아의 인터뷰
    • 약간 미쳐야 가능한: 강원식 대표
    • EDIT BY 룬아 | 2022. 11. 28| VIEW : 1408

    약간 미쳐야 가능한: 포스트맨 강원식 대표 어릴 때 유적지에 놀러 가면 재미가 없었어요. 오래된 건축물이 하나둘 서있고 사람은 바글바글, 대충 인증샷만 찍고 나오기 바빴죠. 돌이켜보면 소중한 시간이었는데 그때는 몰랐습니다. 그 지루함은 저의 무지에서 비롯된 결과라는 것을.
    세상에 이유 없이 존재하는 건 별로 없어요. 다만 정성 들여 들여다봐야만 그 뿌리를 드러내죠. 왜 일본인들은 밥공기를 들고 식사하는지, 왜 프랑스에서 향수가 발전했는지, 왜 슈트 앞주머니에 행커치프를 꽂는지. 당연했던 것들의 비하인드 스토리를 알고 나면 나를 둘러싸고 있던 평범한 세상이 특별해집니다. 당신이 삭스타즈에서 사 신은 양말 한 켤레만 해도 그런 걸요.
    남성 패션의 불모지였던 우리나라에서 꿋꿋이 관련 이야기를 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바로 유튜브 채널 ‘풋티지 브라더스'의 강원식/강재영 형제인데요, 누구나 들으면 아는 브랜드 ‘탐스'나 ‘빅토리아 슈즈', ‘캐나다 구스' 등을 국내에 소개했으며 자그마치 2008년부터 남성 제화 편집숍 ‘유니페어'를 운영해왔어요. 비교적 최근에는 자체 제화 브랜드 ‘포스트맨'을 론칭하기도 했답니다. 일본 문화가 갓 개방된 시절에 [슬램덩크]를 원어로 정독하고, 동생과 조던 농구화를 나눠신으며 지식과 취향의 세계를 넓혀온 강원식 대표를 만나보았습니다.

    정말 많은 일들을 하고 계신데, 삭스타즈와 협업한 포스트맨 소개 먼저 부탁드려요.
    예전에 ‘센트럴 포스트'라는 편집숍을 운영하면서 PB 브랜드로 포스트맨을 시작했어요. Post는 우편물이라는 뜻인데 옛날에는 우체국이 일종의 가게 역할을 했다고 하더라고요. 하지만 경영 악화로 편집숍은 폐업했고, 돌파구로 ‘바지닷컴'이라는 쇼핑몰을 시작하면서 그 안에서 포스트맨을 살려보려고 했죠.

    이름만 들으면 되게 진지한 느낌이었다가 B급 감성도 있고 스펙트럼이 넓네요.
    바지닷컴에 대해서는 약간의 후회도 있어요. 마음이 급했던 거죠. 결국 2년 만에 접고 포스트맨 신발 300켤레 정도가 남았어요. 죽기 아니면 살기로 와디즈에 펀딩을 올렸는데 그때 반응이 왔어요. 기사회생할 정도는 아니었어도 제 자신을 돌아보고 재정비할 수 있는 기회가 되었죠.

    돌아보니 어떤 생각이 들던가요?
    제 본래 성향은 사이클이 빠른 사업가가 아닌데 당장 회사의 재무 상태가 안 좋으니 너무 오락가락했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중심은 대표가 잘 잡고 있어야 하는데 말이에요.

    책임질 사람들이 있는데 안 흔들리기도 쉽지 않죠. 와디즈 펀딩 성공 요인은 뭐라고 생각하세요?
    생각보다 공급자들이 소비자에게 내용 전달을 잘 못해요. 본인들에게는 너무 당연한 얘기거든요. 반면 소비자는 구체적인 내용은 몰라도 좋고 나쁨에 대한 판가름이 확실해요. 이런 간극에 있어서 와디즈는 공급자의 이야기를 자세하고 친절하게 알려줄 수 있는 문법을 가진 플랫폼이에요. 그 포인트를 활용한 효과가 컸던 것 같아요.

    어쩐지 구두 소개가 장황하더라고요. 공부하는 기분이 들었는데 재미있었어요. 포스트맨 신발에 대해 특별히 많이 받은 피드백이 있나요?
    편하다는 리뷰가 제일 많아요. 포스트맨은 가격이 저렴한 편이에요. 사회 초년생에서 5년 차 정도 되는 남자들이 부담 없이 신을 수 있는 브랜드를 만들고 싶었거든요. 그런데 재미있는 점은 100만 원짜리 신발을 신는 분들도 사신다는 거예요. 세컨드 카, 서브 카메라 같은 개념으로 구매하시더라고요. 그런 분들이 찾는다는 건, 일정 수준 이상의 퀄리티가 보장된다는 뜻이에요.

    그 정도 퀄리티를 유지하면서 어떻게 합리적인 가격대를 형성할 수 있는 건가요?
    포스트맨 신발은 일본의 ‘42nd Royal Highland’라는 30년 넘은 업체에서 생산되는데요, 그들의 인프라와 기술력이 큰 힘이죠. 저희의 기획을 한 번에 알아듣고 실행해 주는 내공이 있고요. 전문성은 과정에서 드러나는 것 같아요.

    후에는 좀 더 하이티어(high tier) 라인업을 만들 계획도 있으신가요?
    아뇨. 브랜드 포지셔닝이 탑 다운(top down)은 가능하지만 다운 탑(down top)은 어렵다고 생각해요. 대중적인 자동차 회사가 갑자기 고급 차량을 만든다고 생각해 보세요. 상품 자체는 좋을지언정 소비자들의 인식은 쉽게 바뀌지 않아요. 포스트맨은 친근하고 다가서기 쉬운 브랜드였으면 좋겠어요.

    틈새시장을 공략하신 것 같은데, 그럴수록 입체적으로 접근해야 할 것 같아요.
    맞습니다. 저희는 신발을 디자인으로만 보지 않지만 그렇다고 편안함으로만 승부하는 것도 아니에요. 편하면서 보기에도 좋고 가격도 괜찮고 다양한 룩에도 매칭할 수 있어야 하죠. 인류 역사상 운동화보다 구두를 신은 기간이 월등히 길어요. 옛날에는 구두를 신고 산도 타고 전쟁도 나갔어요. 물론 물집이 잡히기도 했겠지만 그게 가능했던 이유는 구조적이기 때문이에요. 편한 신발의 궁극적인 구조는 저희가 고민할 테니, 그냥 믿고 신어주시면 됩니다.

    카테고리 측면에서 독보적인 성격이 있네요.
    그렇게 봐주시면 감사하지만 실제 매출로 따지면 아직 아장아장 걷는 영유아에 불과해요. 포스트맨의 타깃 자체가 적어요. 구두를 신으려면 최소 비즈니스 캐주얼 정도의 착장을 입어야 하는데 그런 취향이 거의 사라졌고, 입는다 하더라도 운동화로 커버가 가능해졌죠.

    구두로 스타일링하는 분들은 기본적으로 꾸미기를 즐기는 분들인데, 평상복만 입어도 소개팅 나가냐고 묻는다고 하더라고요.
    특히 국내 남성복 문화가 좀 어려워요. 무리를 짓는 문화잖아요. 조금 멋부리고 튀는 것 같으면 어떻게 해서든 평준화시키곤 했죠. 막상 도전하려고 해도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고요. 그래서 저희 형제가 ‘풋티지 브라더스'라는 유튜브 채널을 통해 알려드리고 있어요. 복식에는 룰이 존재해요. 외국에서는 그걸 지키는 게 매너예요. TPO(time place occasion)이라는 말도 일본에서 만든 표현이에요. 한때는 한국에도 있었어요. 조선시대 양반들은 두루마기를 벗지 않았잖아요. 저고리는 속옷에 해당되니까. 그런데 전쟁을 치르고, 새마을운동하면서 먹고살기 바쁘고… 옷차림에 신경 쓸 겨를이 있었겠어요?

    해외 생활을 하셨나 했는데 토종 한국인이시더라고요. 어떻게 이런 문화에 관심을 갖게 되셨나요?
    어릴 때부터 많이 접했어요. 어머니가 미용실을 하셨는데 일본 문물을 갖다주는 손님들이 계셨거든요. 울트라맨 비디오테이프가 늘어지도록 돌려봤어요. 부모님 따라 남대문 수입 상가에도 다니고, 집에 있는 미국 카탈로그를 정독했죠. 미술을 좋아해서 자연스럽게 동경을 품었던 것 같아요. 미대에는 못 갔지만 결국 관련 업을 하고 있네요.

    그중 특히 신발이었던 이유가 있어요?
    저랑 동생이 경복 고등학교를 나왔는데, 농구로 유명한 학교예요. 그러니 자연스럽게 MBA와 마이클 조던을 접하게 됐죠. 당시 국내에서 에어조던이 엄청 비싸게 판매되고 있었는데 부모님을 졸라 한 켤레 사서 동생과 나눠 신었어요. 동생 발이 더 커서 저는 좀 널널하게 신어야 했고요. 그런데 일본에 이걸 모으는 사람들이 있는 거예요. 그때부터 동생이랑 용돈만 생기면 운동화를 사모이기 시작했어요. 박스가 천장에 닿을 정도로. 엄마한테 얼마나 혼났는지 몰라요.

    500켤레 정도 있다고 하던데…
    이게 단순한 취미로 끝나지 않아서 얼마나 다행인지 모릅니다. 그리고 안 신어보면 궁금해서 미쳐요. 다양한 신발을 신으면서 배우는 것도 많고요. 직접 경험하지 않고 어떻게 제품을 만들겠어요?

    그러다 수입을 하기 시작했는데, 소비하시는 취향과 비즈니스로의 유통은 다르던가요?
    비슷해요. 제가 좋다고 생각하는 기준에 들어와야 자신 있게 추천할 수 있죠. 그야말로 비즈니스적으로 접근하는 사업가들도 많지만 저는 이게 재화이자 사랑하는 대상이자 가치관이자 인생이에요. 일과 삶이 혼연일체가 되어버려서 힘들 때도 많아요.

    일종의 자존심일까요?
    본능에 더 가까워요. 한 사업 선배님이 해주신 얘기가 있는데 사업가에는 두 부류가 있다는 거예요. 상추 장사와 인삼 장사. 상추 장사는 매일 상추를 따서 장에 나가 팔아야 하는 사람이고, 인삼 장사는 적어도 5년을 묵혀야 비로소 돈을 벌 수 있는 사람이래요. 상추 장사는 매일 밭을 봐야 성이 차요. 인삼 장사는 심어놓고 기다리죠. 반대로 하면 망해요. 강재영 대표는 완전히 인삼 장사예요. 반면 저는 둘 다 할 수 있다고 생각했어요. 당근 정도는 팔아야 하지 않을까? 하고요. 그런데 바지닷컴을 하면서 깨달았어요. 아니구나. 3년근일지언정 인삼을 팔아야 되는 사람이구나.

    어느 인터뷰에서 가치 중심적이라고 하신 걸 봤는데, 여러 가지 사업을 하시는 걸 보면서 다소 모순적이라고 생각했거든요. 그런데 왜 그런 표현을 택하셨는지 이해가 되네요.
    사업이 가벼워지려고 하면 바로 제동을 걸어요. 유니페어에서 거래하는 파트너들이 다 100년 넘은 회사들이에요. 저희가 100년 브랜드를 만드는 게 목표는 아니지만 그래도 우리 선에서 할 수 있는 건 최대한 해보고 싶어요. 저희 파트너들도 처음부터 100년을 목표로 시작하지는 않았을 거잖아요. 최선을 다하고 변함없이 좋은 걸 제공하고자 하는 마음가짐을 유지하니 후대가 이어가고 역사가 쌓이고 장수 브랜드가 된 거죠.

    남자들도 이제 조금 즐기면서 살자고 하신 말씀이 조금 짠하게 다가왔어요. 우리 아버지들이 많이 못 즐기셨잖아요.
    요즘 세대는 즐길 줄 알아요. 좋아하는 게 뭔지 알기 시작했잖아요. 다양한 취향에 접근하기도 편해졌고요. 아쉬운 것이 있다면 다양한 ‘좋음'으로 가이드 해줄 선배들이 없다는 점이에요. 물론 알아서 잘 놀지만, 우리가 그래도 조금은 더 놀아봤으니까 같이 제대로 즐기자고 손 내밀고 싶어요. 뭐든 알고 즐기면 그만큼 풍요롭고 재미있거든요.

    그래서 유튜브에서 풋티지 브라더스를 시작하신 거군요.
    원래는 더 소극적인 성격이었는데 브랜드를 운영하다 보니 조리 있게 이야기해야 하는 자리들이 생기더라고요. 뒤에서 꿈지럭거리는 사람이 되고 싶지 않았어요. 나눌 게 있다면 직접 나누고 싶었죠. 풋티지 브라더스를 하면서 인지도도 높아졌지만 진심이 더 잘 전달되는 점이 만족스러워요.

    유튜브 콘텐츠 중 가장 반응이 좋은 건 어떤 것들인가요?
    아무래도 기초, 실전 편이죠. 기본적인 아이템을 추천해 드리는 거예요. ‘남자의 인생 구두 두 켤레' 이런 식으로. 그렇게 이야기를 열어놓고 더 좋은 것들을 소개하고 재미있는 썰도 풀죠.

    소비자와의 소통을 중요시하면 콘텐츠에 투자하게 되죠. 삭스타즈도 그런 관점에서 저널을 운영하고 있는데, 대표님보다는 더 전통적인 형식을 띠고 있어요.
    삭스타즈 성태민 대표님도 인삼 장사거든요 (웃음). 일본의 [뽀빠이] 매거진 아시죠? 그 편집장이 유니클로로 이직해서 [라이프웨어] 매거진을 만들어요. 유니클로의 무서운 점은, 옷은 저렴하게 팔지언정 오래된 문화가 저변에 깔려있다는 거예요. 그런 이야기의 저력을 무시할 수가 없죠. 어쨌든 유니클로의 잡지형 콘텐츠가 어느 정도 유효한 효과를 내고 있다는 생각은 듭니다. 전통적인 포맷이 완전히 사라지진 않을 거예요. 정제된 정보와 필력으로 전달되는 감동 같은 것은 대체되기 어렵죠. 그래도 산업의 흐름상 줄어들 수 있어요. 슈트 역시 나중에는 정말 소수의 남성들만 향유하는 문화로 남을 거라 생각해요. 타이 같은 경우는 이미 세리머니 용도가 아니면 의미가 없는걸요.

    오늘도 맨투맨 안에 타이를 매고 오셨어요. 뭐랄까, 곤조가 느껴진달까요.
    맞아요. 이건 내가 지킨다, 그런 느낌이에요. 구두도 언젠가는 사라지지 않을까요?

    그럼 패션업에서도 사양 산업에 종사하시는 거 아닌가요?
    사양이에요. 그러나 저는 남을 거예요. 극소수가 되겠지만 그건 저희가 될 거고 할 거라면 제대로 하고 싶어요. 요즘 필름 카메라나 바이닐이 다시 살아나고 있잖아요. 그런 형태로 공존하지 않을까 싶어요.

    양말도 꽤나 까다롭게 고르시겠네요.
    엄청 까다롭죠. 양말만 서랍이 몇 개…

    주로 어느 나라의 브랜드를 선호하시나요?
    각국 양말의 장단점이 있습니다.

    삭스타즈와 만든 양말은 포스트맨 신발에 매칭하기 위한 용도인가요?
    네. 기본 중의 기본을 지향했어요. 컬러도 블랙, 네이비, 브라운 세 종입니다. 삭스타즈 자체 브랜드 ‘에첼'의 제품 중 코튼 헤더 립삭스 사양에서 헤더만 제외했어요. 헤더는 약간 다른 컬러의 실이 들어가 희끗희끗한 디테일이 있거든요. 포스트맨 양말은 솔리드 컬러를 사용하고, 기장을 살짝 길게 조정했어요.

    이미 있는 사양이니 제작 과정이 매우 간단했겠어요.
    모든 소통이 전화 한 통으로 끝났어요. 원하는 사양을 설명드렸더니 바로 오케이 하시더라고요. 본디 콜라보라는 건 두 브랜드의 특성이 만나 새롭거나 재미있는 게 나와야 하는데 사실 부탁을 드린 셈이죠. 삭스타즈의 역량에 숟가락만 얹었습니다.

    그렇게 기본적인 양말이면 그냥 사서 신어도 되지 않나요? 굳이 제작해야 할 이유가 있었어요?
    막상 찾아보면 없어요. 에첼이 주력으로 미는 스타일은 더 얇고 드레시하고, 면으로 만들어서 탄성이 상대적으로 적어요. 저는 적당한 두께, 적당한 탄력, 적당한 컬러를 바랐거든요.

    좀 더 편한 양말인 거네요.
    대중적인 관점에서 신기 편하죠. 막 빨아도 괜찮고, 신었을 때 불편하지 않고. 물론 없어도 사는 데 지장은 전혀 없어요. 다만 그 약간의 차이가 되게 좋은 거죠.

    삭스타즈가 스탠다드 양말을 정말 잘 만들긴 해요. 저도 애용하고 있습니다만.
    SPA 브랜드에서 기본 양말을 많이 만들긴 하지만 이런 퀄리티를 찾긴 어려워요. 저는 소비를 좋아하지만 짧게 쓰고 버리는 것을 좋아하진 않아요. 비싼 물건이 아니더라도 제 몸에 후진 것이 닿아있으면 하루 종일 기분이 나쁘기도 하고요. 그렇기에 일정 수준 이상의 퀄리티를 만들되, 소비자들이 이해할 수 없을 정도로 높아지지는 말자는 주의예요. 누구나 기분 좋게 실천할 수 있는 소비인 거죠.

    삭스타즈와 더 계획 중인 협업이 있나요?
    조금 느슨하게 개발 중인 아이템이 있어요. 물론 고생은 성태민 대표님이 다 해주고 계시지만. 아이디어를 드렸더니 승부욕이 발동해서 공장들을 파헤치고 다니시더라고요.

    그 아이템이 뭔가요?
    레트로 스포츠 삭스예요. 요즘 많이 신는 짱짱한 스포츠 삭스보다 더 얼기설기한 짜임으로 만들어요. 탄력이 좋다는 게 무조건 좋은 것만은 아니에요. 적당한 텐션이 주는 감촉이 있거든요. 국내에서는 그걸 만들 기계를 찾기 힘들어요. 공장 사장님들이 그러신대요. 최신식 기계를 들여놨는데 왜 역행하려고 하냐고.

    포스트맨과 스포츠 삭스는 어쩐지 어울리지 않는데요?
    론칭 준비 중인 ‘레이지 포트 스포팅 클럽'이라는 브랜드의 양말입니다. 옛날 스포츠 콘셉트에 착안했어요. 승마, 골프, 사냥 모두 양복을 입고 했거든요. 트위드 양복에 플란넬 셔츠를 입고 울 타이를 매고 컨트리 부츠를 신어요. 역사적인 스포츠에서 영감받은 패션과 문화를 만들고 싶어요.

    앞으로 삭스타즈와 함께 할 수 있는 프로젝트가 많아지겠군요.
    그야말로 테크니컬한 양말을 만들자고 하면 훨씬 쉬울 거예요. 생산 라인에서는 기술이 없는 게 아니라 이해도가 부족하기 때문에 안 하려고 하죠. 그래서 성태민 대표님을 존경해요. 누군가에게는 아무것도 아닌 양말을 10년 넘게 파고 계시잖아요. 진심을 다해 공장 사장님들을 설득하면서요. 어떻게 보면 굳이 그럴 필요도 없는데 말이에요.

    대중적인 것 같으면서도 굉장히 뾰족한 틈새시장을 선호하시는 것 같아요.
    제 인생이 니치인 것 같아요. 탐스를 처음 수입할 때도, 캐나다 구스를 들여올 때도 모두 니치였어요. 스니커즈 브랜드도 너무 인기가 많은 것보다는 언더독이나 다크호스들을 애정해요.

    성태민 대표님이 양말에는 이야기가 정말 많은데 내가 전하지 않으면 아무도 안 하겠구나, 싶어서 저널을 시작하셨대요. 대표님도 그런 기분일 것 같아요.
    흡사해요. 약간의 사명감도 있고요. 저희가 아니더라도 이다음에 누군가는 계속 양말을 만들고 신발을 만들 거잖아요. 이왕이면 성숙한 걸 만들라고, 그래서 뭔가 남기고 싶은 것 같아요. 발굴하고, 알리고, 이어주고 싶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