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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OURNAL

  • 룬아의 인터뷰
    • 나만 아는 디테일을 사고 파는 일: 다이노탱
    • EDIT BY 룬아 | 2023. 3. 2| VIEW : 1578

    나만 아는 디테일을 사고 파는 일: 다이노탱 얼마 전, 머리를 식히기 위해 유튜브를 둘러보다가 한 영상과 마주했습니다. 어떤 외국인 남자가 셀프 영상을 찍기 위해 휴대폰을 세워뒀는데 쿼카 한 마리가 등장한 거예요. 그 모습이 너무 귀여웠던 나머지 전 세계 사람들이 마음을 홀딱 빼앗긴 것이었습니다. 보통의 다람쥐나 햄스터 같은 귀여움과는 어딘가 달랐어요. 웃는 모양의 입 때문인지 캐릭터가 물씬 느껴지는, 마치 애니메이션에 등장할 법한 모습이었거든요.

    코알라도, 두더지도 아닌 이 생소한 쿼카라는 동물을 소재로 한 캐릭터 브랜드가 있습니다. 이름마저도 쿼카와는 전혀 상관없는 ‘다이노탱'. 다이노탱의 세계관에서 쿼카들은 마쉬빌이라는 마시멜로 농장을 운영해요. 그뿐 아니라 핫도그나 베이컨으로 변신하기도 하는 등 어딘가 생뚱맞은 전개로 이 친구들 역시 가장 많이 듣는 말이 ‘귀엽다'입니다. 그 매력으로 국내외 30만 팬의 마음을 빼앗았고요.

    대기업부터 개인 작가에 이르기까지 국내 캐릭터 디자인 시장은 점점 넓고 탄탄해지는 추세이고, 그중 다이노탱은 단연 유의미한 줄기를 담당하고 있어요. 놀라운 점은 5년 차가 된 이 브랜드의 오너가 아직도 20대라는 것. 일러스트와 굿즈는 물론이고 양말과 콘텐츠에 이르기까지, 인스타그램에 올린 작은 그림 하나에서 시작된 삶에 대해 들어보았습니다. 다이노탱은 단순히 귀여운 쿼카에서 그치지 않아요. 지금 이 순간에도 마쉬빌의 하루가 지나가고 있답니다.

    DINOTAENG X SOCKSTAZ®

    안녕하세요, 제가 인터뷰한 분들 중 거의 막내에 속하는 대표님이신 것 같아요.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다이노탱을 운영하고 있는 김태은이라고 합니다. 대표이자, 작가이자, 여러 가지 일을 하고 있어요. 다이노탱은 스물두 살에 시작해서 벌써 5년 정도 되었네요.

    한창 공부하고 놀러 다닐 때 창업이라니, 브랜드를 만들어야겠다고 마음먹은 계기가 있었나요?
    딱히 다짐을 한 것은 아니었어요. 도자공예 전공이었는데, 가족 구성원이 모두 직장인인 환경에서 자라다 보니 자연스레 취업을 고집했죠. 하지만 도예과는 취업보다는 창업이나 작가 활동을 주로 하는 경향이 짙어서, 이것저것 알아보다가 시각디자인과 수업을 들어봤어요.

    현실적으로 취직이 잘 될 법한 길을 모색해 본 거군요.
    네, 그런데 막상 가보니 잘하는 친구들도 너무 많고, 나만의 일을 찾을 수 있을지 확신이 서지 않았어요. 그래서 내가 잘하는 걸 하자고 마음을 다잡았죠. 반 년 동안 해외에 있는 도자 스튜디오에서 일도 하고 수업도 듣고 다시 한국에 돌아왔는데 이룬 게 아무것도 없는 기분이 드는 거예요. 그냥 개인적인 기록 삼아 인스타그램에 작업물을 올렸는데 반응이 왔어요.

    구체적으로 이야기해 주세요.
    도자기로 만들거나 개인적으로 작업했던 도안들을 인스타그램에 올렸는데 사고 싶다는 분들이 있었어요. 그런데 뭘 팔려면 사업자와 통신판매업 등록을 해야 한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했죠. 학교에 다니면서 조금씩 팔기 시작했는데 일이 점점 커지기 시작했어요.

    갑자기 인지도가 늘어났다고 느끼신 계기가 있을 것 같아요.
    노트북 파우치였어요. 그것도 제가 직접 쓰고 싶어서 만든 거였어요. 당시에는 흔한 품목이 아니었거든요. 그 노트북 파우치 때문에 인스타그램 팔로워가 일주일에 만 명씩 늘었어요. 그러다가 2018년 말에 일러스트레이션 페어에 나갔는데, 제가 얼마나 운영을 엉망으로 하고 있는지 처절하게 깨닫는 계기가 되었어요.

    페어에서 어떤 일이 있었나요?
    그전까지는 온라인으로만 운영해서 잘 몰랐는데, 다이노탱을 기다리는 분들이 생각 이상으로 많다는 걸 피부로 체감했고 동시에 체계가 없으면 피해를 준다는 걸 깨달았어요. 그때만 해도 블로그 마켓처럼 구매창을 열었다, 닫았다 하면서 제 스케줄에 맞춰서 운영했거든요. 낮에는 학교에 있으니 밤 12시에 숍을 오픈했어요. 고객님들이 자정까지 기다려서 구매하시는데 서버 터지고, 품절되고… 돌이켜보면 아찔하죠.

    일이 갑자기 커지면서 무서운 기분이 들기도 했겠어요.
    맞아요, 그랬어요. 저도 알잖아요. 제가 눈을 굴리는 게 아니라 눈덩이가 스스로 언덕을 내려가면서 점점 불고, 언젠가는 터져버릴 수도 있다는 것을요. 너무 커져서 내가 묻히면 어떡하지?라는 생각이 들 때도 있었어요. 사회생활 경험이 없으니 이게 맞는 걸까, 스스로 의심하기도 했죠. 고민이 커지던 어느 날 아빠에게 상담을 했어요. 조직에서 일을 배우고 오는 게 낫지 않겠냐고 물으니, 다시 돌아왔을 때 지금보다 더 잘 할 자신이 있다면 그러라고 하시더라고요. 다만 이런 운이 쉽게 오는 것은 아니라고요. 그 얘기를 듣고 제가 할 수 있는 한 최선을 다하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마냥 좋아할 수만은 없었겠어요. 그런데 학교 다니면서 그 모든 걸 어떻게 할 수 있었나요?
    모르는 사람들이 제 창작물에 관심을 가져주는 게 좋았어요. 처음으로 나만의 무엇을 만든다는 기분도 좋았고요. 아니, 그땐 그런 생각조차도 없었던 거 같아요. 그냥, 정말 그냥 좋아하는 일이니까 했어요.

    ⓒDINOTAENG



    다이노탱의 메인 캐릭터는 쿼카죠. 우리나라 사람들에게는 생소한 동물인데 어떻게 소재로 삼게 되었나요?
    호주에서도 멸종 위기 동물로 지정되어 특정 지역에 깊게 들어가야만 볼 수 있는 동물이라고 하더라고요. 이 또한 처음부터 캐릭터화하려고 한 것은 아니었어요. 다이노탱이 브랜드로 자리 잡고 성장할 수 있었던 것에는 고객들과의 티키타카가 큰 역할을 하는데, 특히 초반에는 소통을 많이 했어요. 밤에 잠이 안 오면 인스타 스토리를 올리고, 요청받아서 실시간으로 그림을 그려주기도 했죠. 그때 누군가가 쿼카를 그려달라고 하신 거예요. 다들 너무 귀엽다며 좋아해 주셨고 메인 캐릭터가 되었어요. 정말이지 다이노탱은 어떤 탄탄한 기획이나 의도로 시작한 게 아니라서 인터뷰하기 쑥스럽기도 해요.

    하지만 말씀하신 부분이야말로 많은 브랜드들이 노력하지만 쉽게 얻을 수 없는 거잖아요. 찐팬과 밀접하게 소통하며 함께 성장하는 브랜드. 정말 우주의 기운이 모여서 다이노탱을 탄생시킨 것 같아요. 굿즈 중에서도 맥북 스티커가 엄청 인기가 많더라고요.
    다이노탱의 큰 장점이라고 생각하는 점이 바로 거기에 있어요. 제 브랜드이지만 고객들의 아이디어에 놀랄 때가 있거든요. 맥북용으로 만든 스티커가 아니었는데 어떤 분이 사과 로고에 붙였고, 그게 바이럴 되면서 폭발적인 인기를 얻었어요. 소비자에 의해 브랜드가 성장하는 장면을 목격한 셈이죠. 정말 감사한 일이에요.

    살아있는 브랜드군요. 다이노탱의 ‘탱'은 대표님 별명일 테고, 이름만 봤을 땐 공룡 캐릭터인 줄 알았어요. 실제로 초기에는 공룡 그림도 그리셨던데, 여러 가지를 시도하던 중 쿼카가 터졌구나,라고 생각했죠.
    공룡 때문에 다이노탱이 된 것은 아니고 사실 초등학생 때부터 쓰던 아이디였어요. 개인 계정 그대로 운영하다 보니 브랜드명을 지어야겠다고 생각하기도 전에 자리를 잡게 된 거예요. 어떤 의미가 담긴 이름이 아니라서 항상 고민이 많았는데, 어느 날 포털사이트에서 ‘다이노탱 같은 이름을 지어주세요'라는 질문을 발견하고는 나름 괜찮은 이름인가 보다,라고 생각하게 되었어요. 그래도 여전히 브랜딩에 대한 미련은 남아있어요.

    이름은 이름일 뿐인 것 같아요. 대단한 의미를 담는다고 해서 그렇게 인식되는 것도 아니고요. 개인적으로는 이런 이야기가 더 매력 있고 재미있는데요?
    초반에는 그럴듯한 명칭이나 브랜드 스토리가 필요하지 않나, 하는 고민을 많이 했지만 다이노탱이 이름 때문에 큰 브랜드는 아니니까요. 다른 이름이나 캐릭터였어도 지금처럼 성장하지 않았을까요? 어릴 때부터 스티커 모으는 걸 엄청 좋아했는데, 그 당시의 천진난만하고 어설픈 느낌이 묻어있는 이름이라 애정이 많이 가요.

    다이노탱 하면 ‘귀엽다'라는 느낌이 가장 먼저 떠오르는데, 원래도 그런 취향을 갖고 계셨나 봐요.
    대놓고 귀여운 것보다 좀 웃기고 어설프고 맹숭맹숭 힘을 뺀 듯한 것들을 좋아했어요.

    요즘 인기 많은 ‘하찮음'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 사실 궁금했거든요. 트렌드에 맞춰서 의도한 것인지, 원래 대표님 취향인지.
    제가 어릴 때는 국내에 스티커 선택지가 그리 많지 않았어요. 교보 핫트랙스에 가야만 겨우 볼까 말까 했죠. 구하기가 힘드니 인터넷에서 찾아서 인쇄하기도 했어요. 어려서부터 접해서 그런지 매력 포인트를 잘 아는 거 같아요. 너무 귀엽지 않으면서 적당한 선을요. 유행을 쫓았다기보다는 제가 좋아하는 스타일이에요.

    내가 나의 소비자인 셈이군요. 귀여움 안에서도 촌스러움과 세련됨이 한 끗 차이로 나뉘는 것 같아요. 다이노탱 스타일은 어떻게 탄생했나요?
    부끄러운 이야기지만 그림을 아주 잘 그리는 편은 아니에요. ‘멋있게’보다는 제가 표현할 수 있는 선에서 최대한 발휘해 보는 거죠. 억지로 잘 그리려고 하면 되려 어설퍼 보이더라고요. 편안한 방향을 찾아가면서 다이노탱 스타일이 나오기 시작했어요. 저는 선으로 깔끔하게 그리는 것보다 덩어리를 흩트렸다가 조합하는 과정을 좋아하거든요.

    도예 전공이라 그런가 봐요. 도자기는 선보다는 면이잖아요. 그 점이 작업할 때 어떤 영향을 끼치나요?
    면으로 작업하는 고충이 조금 있어요 (웃음). 흑색 선은 안과 밖을 나눠주기 때문에 어떤 색을 넣어도 명확하게 구분이 되는데 다이노탱은 모두 면이기 때문에 배경 컬러에 따라서 매번 캐릭터 컬러를 수정해야 해요. 배경색에 따라 쿼카의 색이 전혀 다르게 보이거든요. 게다가 갈색은 여러 가지 톤이 섞인 색이기 때문에 감리 볼 때도 여간 까다로운 게 아니에요. 왜 다이노탱 스타일의 캐릭터가 별로 없는지 여실히 알게 되었어요. 역사가 깊고 디자인적으로 완성도가 높다고 여겨지는 캐릭터들을 잘 살펴보면 대부분 하얀색이에요. 스누피, 미피, 헬로 키티, 무민 등이 있죠. 배경이 아무리 바뀌어도 캐릭터 자체는 변함이 없는 거예요.

    와우, 생각했던 것보다 난이도가 훨씬 높네요. 한편 장점도 있을 것 같은데요?
    따뜻함이나 몽글몽글한 느낌은 독보적인 것 같아요. 아무래도 선 작업으로는 면으로만 표현해 내는 느낌을 만들기 어렵거든요. 거기다 브러시의 텍스처도 한 몫 한다고 생각해요. 다이노탱 론칭 이후 유사한 캐릭터들을 많이 봐왔지만 다이노탱만큼 디테일한 브러시 텍스처를 사용하는 곳은 아직 보지 못했어요.

    다른 브랜드에서 전개하지 않는 방식을 택함으로써 유니크함을 지킨 셈이네요. 제품을 보면서 특이하다는 생각도 많이 했어요. 쿼카가 핫도그에 들어가 있다든지, 보보가 베이컨이 된 것 말이에요. 그림으로는 얼마든지 그릴 수 있지만 상품화는 다른 얘기니까요. 굉장히 과감하다고 생각했어요.
    추진력이 좋은 편이기도 하고, 어릴 때 시작해서 그런지 행동으로 옮길 때 기회비용이 많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회사를 다니다가 그만두고 창업을 한 것도 아니고요. 이런저런 요소들을 조합해 보면서 작업하다 보니 핫도그나 베이컨처럼 독특한 소재들이 나오는 것 같아요. 예전에는 정말 생각나는 대로 다 만들어보곤 했는데 팀이 구성되면서부터 자제하는 중이에요. 너무 쉽게 번복하는 상황이 생기면 안 되니까요. 보다 신중해진 면이 있이 있지만 혼자서는 불가능했던 작업들을 할 수 있게 돼서 너무 행복한 요즘입니다.

    ⓒDINOTAENG

    ⓒDINOTAENG



    콜라보 제안도 많이 받으셨을 텐데 혹시 첫 번째가 뭐였는지 기억나시나요?
    첫 번째 제안은 거절했던 기억이 나요. 누군가에게 돈을 받고 일할 준비가 안 되었다고 생각했죠. 그 뒤에 처음으로 성사된 콜라보는 ‘데메테르'라는 향수 브랜드로, 향과 어울리는 아트웍을 작업하는 일이었어요. 마쉬의 버블 플래닛, 마시멜로를 찾으러 우주에 간 쿼카 등이 있었어요. 사실 향은 제 마음대로 접근할 수 있는 영역이 아니라 더욱 신선한 경험이었습니다.

    삭스타즈와는 벌써 세 번째 작업인 것 같던데요.
    2019년에 첫 제안을 받고 이듬해 6월에 론칭했어요. 삭스타즈라는 브랜드를 모르던 차라 ‘이런 대기업이 왜 나를 찾지?’라고 의아해하기도 했네요. 막상 론칭하고 보니 여름이었는데, 저는 몰랐어요. 여름에는 양말이 잘 안 팔린다는 것을. 하지만 계절을 감안해도 반응이 좋았어요. 그 기세를 몰아 겨울에 새로운 라인업을 출시했죠.

    다이노탱 팬들은 신으려고 사는 것만은 아니겠죠. 최소 두 켤레씩 사서 한 켤레는 신고, 한 켤레는 모셔둘 것 같아요.
    맞아요. 뒤꿈치에 마쉬 얼굴이 들어가 있는 양말이 인기가 제일 많은데, 지금까지도 재구매하시는 분들이 있어요. 품절이었다가 재입고되는 날 열 켤레씩 사는 분도 있더라고요. 너무 감사하죠.

    DINOTAENG X SOCKSTAZ®: NORDIC SOCKS

    DINOTAENG X SOCKSTAZ®: NORDIC SOCKS


    베이직한 컬러에 캐릭터가 들어간 디자인은 어느 정도 예상했지만, 니팅 한 듯한 패턴의 노르딕 시리즈가 특히 참신하게 느껴졌어요.
    개인 작업에 비해 콜라보는 다소 보수적으로 하는 편인데 매일 같은 작업을 반복하면서 제 디자인에 조금 물려있던 시기였어요. 픽셀처럼 펀칭한 양말을 보고 적용해 보면 좋겠다고 생각해서 제안 드렸죠. 결과물은 마음에 드는데 판매는 아무래도 베이직 라인이 더 잘 돼요. 평소에 신기도 편하고, 다이노탱이 기본적으로 여백이 많은 무드이다 보니 오리지널에 더 가까운 상품을 선택하시는 것 같아요.

    아무래도 노르딕 라인은 다이노탱의 느낌이 상대적으로 적죠.
    소비자의 마음은 정말 어려워요. 작가와 대표, 소비자의 입장이 다 다르죠. 직원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갈릴 때가 많아요.

    그럴 때는 어떻게 결론을 내나요?
    인스타그램 스토리에 질문을 올려요. 워낙 적극적으로 대응해주셔서, 의견을 반영해서 결정하죠.

    팔로워가 자그마치 30만 명인데, 디엠이며 댓글을 다 확인하기도 어렵겠어요.
    그래도 대부분 읽으려고 노력해요. 그거 보는 재미인걸요. 연령대가 낮은 편이라 그런지 소통이 활발해요. 저를 비롯한 고객들이 대부분 뭔가에 꽂히면 상당히 몰두하는, 소위 ‘덕후' 기질이 강한 사람들이라 이탈이 많지는 않아요. 취향이 쉽게 변하지도 않고요.

    10-20대가 주 고객층일 것 같은데, 양말로 치면 8천 원이 싸다고만은 할 수 없잖아요. 한편 삭스타즈의 고객층은 연령대도 가격대도 더 높은데, 그 차이를 좁혀야 하는 미션은 없었나요?
    그런 이유로 가격을 약간 낮췄어요. 다이노탱 가격대가 타 캐릭터 브랜드에 비해 높은 편이라 만 원이 적절하다고 생각했지만 이런저런 논의 끝에 8천 원으로 책정했어요. 물론 제 고객들 중에는 3~5천 원짜리 양말을 사신는 분들도 많을 거예요. 하지만 저는 양말보다 굿즈의 개념으로 접근했어요. 이 양말을 신었을 때, 나만 아는 기분과 디테일을 산다는 느낌인 거죠.

    새로운 라인업이 출시되었는데, 특징이 무엇인가요?
    그동안 본 메종의 양말들을 보면서 그 정교한 풍경 같은 느낌에 종종 감탄했어요. 본 메종이 되려는 것은 아니지만 그 느낌을 내보고 싶어서 어떤 장면을 표현하거나, 캐릭터를 패턴화해서 디자인했어요. 겨울 느낌 물씬 담아서 귀엽게 잘 나온 것 같아요.

    DINOTAENG X SOCKSTAZ®



    내 발목에서 놀고 있는 쿼카라니 귀여움이 치사량이네요 (웃음). 다이노탱의 세계관이 참 특이한데, 어떻게 탄생한 건지 궁금했어요.
    처음에는 단순히 일러스트를 판매한다는 개념이었는데, 인지도가 늘어나면서 아류가 생기기 시작했어요. 일러스트 굿즈는 진입장벽이 낮은 분야거든요.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텐데 나의 차별점이 무엇일까, 오래 사랑받는 캐릭터의 강점은 뭘까 고민해 보니 스토리더라고요. 스토리가 없는 캐릭터는 상품에 불과해요. 이야기를 전하는 매개체는 정립되었으니 이야기를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렇게 마쉬빌이 등장했군요.
    전시 제안이 들어왔는데 그냥 굿즈 숍에서 그치고 싶지 않았어요. 마침 겨울이라 이 친구들이 사는 겨울의 모습을 보여주고자 했죠. 쿼카가 한 마리 밖에 없을 때였는데, 드디어 가족과 친구 보보가 등장한 계기가 되었어요. 쿼카 가족의 목표는 최상의 마시멜로를 구하는 것이에요. 그래서 직접 기르기도 하고, 설령 그게 우주라도 찾으러 가죠. 그 과정에서 생기는 일들을 다양한 매체를 통해 이야기하려 준비 중이에요.

    비행기를 타는 모습이 단순 여행이 아니라 마시멜로를 찾으러 가는 장면이었군요!
    비행은 홍콩에서 전시할 때 설정한 에피소드였어요. 홍콩에 대단한 마시멜로가 있대! 하면서 리얼 타임을 반영하는 거죠. 21세기에, 우리 곁에 있을 법한 캐릭터를 만드는 거예요.

    많은 에피소드를 제작하셨을 텐데, 기억에 남는 피드백이 있나요?
    어떤 분이 댓글에 친구를 태그하고 ‘얘 또 사고 친다'라고 하셨는데 그게 너무 마음에 들었어요. 쿼카들은 사고뭉치거든요. 캐릭터들이 사람들과 함께 살아가고 있다는 느낌이 들어서였는지, 혼자 엄청 감동받았던 기억이 나요.

    소소하고 기분 좋게 사람들의 일상 안에 머무는 느낌이겠어요.
    맞아요. 점심시간에는 점심 먹는 이야기를 올리고, 첫눈이 오면 캐릭터들이 뛰어나가서 놀고, 그런 식이죠.

    그래서 짧은 영상이나 컷툰 작업이 늘어나고 있군요. 지금까지는 제조업이 중심이었다면 콘텐츠 업으로도 확장되겠어요.
    콘텐츠 쪽으로는 아직 비즈니스 모델이 정립되지 않아서, 천천히 스며들게끔 노력하는 중이에요. 짧은 3D 애니메이션을 만들어서 올리는데, ‘블라인드 박스'라는 리미티드 피규어 상품과 연결시켰어요. 피규어를 사고 카드를 스캔하면 영상을 볼 수 있죠. 점점 b2b 영역도 넓히는 중이고요.

    말씀하신 대로 스토리가 탄탄하기에 가능한 일이네요. 포맷은 바뀌어도 본질은 유지되는 거죠.
    그래서 더더욱 콜라보나 팝업 제안을 가볍게 받지 않으려고 해요. 단순히 상품만 판매하는 이벤트는 지양해요. 중국 항저우에 있는 쇼핑몰 내부를 진짜 마쉬빌처럼 꾸몄는데 기대가 많이 됩니다. 또 대만에 매장이 수백 개가 되는 브랜드와 콜라보를 했는데, 오픈 시간 2시간 전부터 사람들이 줄을 선다고 해요. 이렇게 다이노탱의 세계관을 잘 보여줄 수 있는 프로젝트라면 얼마든지 환영이죠.

    ‘귀여움이 세상을 구한다'라는 표현이 딱 어울리는 브랜드인 것 같아요. 귀엽기만 한 게 아니라 소소한 기쁨과 위로를 주는 존재가 되어 주잖아요.
    사람들이 ‘킹 받는 귀여움'이라고 하더라고요. 사실 다이노탱이 귀엽다는 말에 전적으로 동의하진 않아요. 왜냐하면 최대한 안 귀엽게 그리려고 하거든요. 캐릭터가 카메라를 의식하는 순간 약간 유치해진다고 생각해요. 귀여운 애가 스스로 귀엽다고 하는 순간 매력이 사라지는 거죠. 쿼카들은 자기 할 일을 열심히 하고, 저는 그 순간들을 포착한다는 기분으로 작업해요. 약간 무심하게.

    자의식 과잉이 아니었으면 하는 거군요.
    네. 캐릭터들의 사고의 흐름이 귀여운 거지, 생김새가 귀여운 것에서 머물지 않았으면 해요. 개인적으로도 귀엽기만 한 브랜드보다는 단정함 안에 귀여운 포인트들을 잘 숨겨놓은 브랜드를 선호해요. 한편 다이노탱은 명확히 캐릭터 브랜드이기에 방향이 조금 다르죠.

    다이노탱 인터뷰를 찾아봤는데 거의 전무하더라고요. 대표님 신상도 별로 알려져 있지 않은데, 신비주의를 고수하시는 이유가 있나요?
    관심받는 것 자체는 좋아해요. 다만 저 자신이 아닌, 제가 만들어낸 페르소나를 통해 받는 관심이 좋죠. 다이노탱이 남자라고 생각하는 분들도 있었는데, 굳이 정정하고 싶지 않았어요. 오히려 좀 더 궁금해하길 바랐던 것 같아요. 내가 드러나면 브랜드를 보는 시선이 달라질까? 김태은이라는 사람이 누군가가 다이노탱을 사랑하게 되는 계기가 될까? 어떤 브랜드는 오너의 존재감이 강할 때 더 매력적이지만, 저는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어요. 캐릭터 브랜드여서 그럴 수도 있고요.

    이 인터뷰가 다이노탱 팬들에게 선물이 될 것 같네요. 마지막으로 양말 많이 사달라고 한마디 해주세요.
    삭스타즈를 통해 처음으로 패션 분야를 접했는데, 확실히 다른 영역인 것 같아요. 캐릭터로 에어팟 케이스를 만드는 것과, 양말이나 옷을 만드는 것은 많이 다르더라고요. 그런 면에서 성태민 대표님이 굉장히 조율을 잘 해주시고, 퀄리티도 보장되니 앞으로도 좋은 협업을 이어갈 수 있기를 기대하고 있습니다. 많이 사랑받고 싶은데 제가 더 열심히 해야겠죠? 다이노탱을 사랑해주시는 모든 분들께 항상 감사하다고 말씀드리고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