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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OURNAL

  • 룬아의 인터뷰
    • 좋은 세상은 따뜻한 발에서 : 히그 박수빈 대표
    • EDIT BY 룬아 | 2023. 5. 15| VIEW : 364

    좋은 세상은 따뜻한 발에서 시작되지 : 히그 박수빈 대표 자신의 일을 하며 살면 잦은 성취감을 누릴 수 있는 건 사실이지만 그 이면에는 자책과 불안, 욕심 같은 감정들도 숨어있기 마련입니다. 자신에게 유독 엄격해지고, 목표했던 바를 이루기도 전에 더 큰 꿈을 꿈꾸면서 스스로 채찍질하기도 하죠. 누구도 대신 살아주지 않는 그 길을 선택했다면 당연히 감내해야 할 무게라고 여기면서요.

    그런데 여기, 그저 감사하고 그저 행복한 브랜드가 있습니다. 양말이 좋았고 지금이 좋다고 모든 감각을 동원해 표현하는 그는 바로 히그의 박수빈 대표인데요. 만족의 탁월한 정도를 유지하는 그를 통해 담백한 열정을 배웠습니다. 이런 마음가짐은 그가 만드는 물건에 고스란히 묻어, 매일 아침 자기만의 양말을 고르는 이들에게 즐거움을 나눕니다.

    히그는 이제 3년이 된, 상대적으로 큰 브랜드는 아닙니다. 하지만 밀도가 높고 성장 가능성이 큰 브랜드였어요. 이건 수치적으로 분석한 결론이 아닙니다. 박수빈 대표의 긍정적인 태도와 체계적인 계획, 뚜렷한 확신에서 알 수 있었어요. 히그의 세계에 빠져드는 사람이 저뿐만은 아닐 거라는 것을.

    히그 박수빈 대표



    모든 질문에 앞서서 궁금했던 것이 있었어요. 히그라는 이름은 무슨 뜻인가요?
    정말 가까운 지인 말고는 얘기한 적이 없는데요, 쑥스럽지만 ‘홍익인간'을 이니셜로 만든 이름이에요. 한국의 뽕을 조금 묻히고 싶기도 했고 좋은 세상은 따뜻한 발에서 시작될 수 있을 거라는 마음을 담았어요.

    좋은 세상은 아주 작은 것에서부터 비롯되죠. 양말이 사람을 널리 이롭게 하겠네요 (웃음).
    좀 원대한 꿈이긴 하지만 그럴 수 있겠죠? (웃음)

    커다란 이름만큼 양말로 시작해서 더 큰 무엇을 이루고 싶었던 건가요? 히그는 지금 어떤 브랜드인가요?
    히그는 ‘Dress your feet’라는 슬로건 하에 모든 제품을 직접 디자인, 제작하는 양말 전문 브랜드예요. 양말이 단순 풋웨어에서 그치지 않고 패션 아이템이나 액세서리로써 만족감을 줄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시작했어요. 그 이상의 대단한 꿈을 꾼 것은 아니에요.

    소박한 목표와 큰 비전을 담은 이름이 주는 모순적인 느낌이 흥미롭네요. 대표님의 배경이 궁금해져요.
    패션을 공부했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경영경제학부 국제물류학과를 전공했고 대사관에서 상무보좌관으로 일했어요. 수출입을 담당하는 부서에서 사무관님을 보좌하는 일이었죠. 2년 반 정도 재직했는데, 직업 특성상 서포트하는 업무가 대부분이라 주체적으로 할 수 있는 일이 별로 없더라고요. 성취감에 대한 갈증을 많이 느꼈어요. 그래서 너무 늦기 전에 좋아하는 일을 해보자고 결심했죠. 그렇게 반년 정도 독립을 준비했습니다.

    그 기간에 구체적으로 뭘 준비했나요?
    양말에 대해 아는 게 아무것도 없던 터라, 전국의 모든 공장에 전화를 돌렸어요. 한 번만 구경시켜 달라고요. 쉬는 날마다 버스 타고 기차 타고 공장 투어를 다녔어요. 죄송했지만 질문도 많이 드렸죠. 그렇게 하지 않으면 배울 수 있는 방법이 없었거든요. 디자인 작업도 직접 해야 했기에 유튜브 보면서 그래픽 툴을 독학했어요. 하고자 하면 할 수 있는 자원이 많은 시대라 다행일 따름이죠. 지금도 모든 디자인 작업을 직접 하고 있어요.

    굉장한 추진력을 숨기고 계시는군요. 배경이 있는 것도 아닌데 양말을 선택하신 이유가 있나요?
    그냥 양말을 너무 좋아했어요. 컬렉터에 가까웠다고 봐도 무방해요. 양말 말고는 저를 이렇게까지 움직이는 게 없었어요. 양말이었기 때문에 모든 걸 뒤로 하고 새로운 길을 뚫을 수 있었던 것 같아요.

    그러면 히그 대표이기 이전에 삭스타즈 고객이었겠네요.
    맞아요. 청담동 매장에 가서 양말 구경 실컷하고, 소중하게 몇 켤레 사서 돌아오곤 했어요.

    바라만 보던 사람이 하는 사람이 되었다라, 좀 뭉클한데요. 저도 양말을 좋아하긴 하지만 양말이라는 물건에 그렇게까지 꽂힐 수 있다는 게 신기해요. 디깅 하는 성향이 강한가 봐요.
    뭔가에 꽂히면 끝까지 파고드는 편이긴 해요. 될 때까지 못 놓는 성격도 있고요.



    평소에 패션에도 관심이 많으신 것 같더라고요. 화려한 패턴보다는 깔끔한 컬러의 매칭을 즐기셔서, 만드시는 양말과 닮았다고 생각했어요.
    히그 양말의 강점이 컬러감인 건 맞지만 컬러만으로 완성되는 제품은 없어요. 자세히 들여다보면 독특한 디테일이 많이 숨어있어요. 고객들이 오래 기억하고 좋아해 주는 포인트이기도 하고요.

    실제로 미묘한 색감의 차이와 퀄리티가 느껴져요. 말씀하신 디테일들은 구체적으로 어떤 건가요?
    기존 양말에서 볼 수 없던 요소들이 많아요. 자수를 덧대는 게 아니라 양말 실을 그대로 짜서 하트 문양을 만든다던지, 실리콘 그래픽이 발등에 올라가거나 발목 안쪽에 하트를 숨겨놓은 디자인 등이 있고요. 로고도 자수를 넘어서 택이나 스터드로 다양하게 풀어낸 재미가 있어요. 사실 양말을 전혀 몰라서 가능했던 것 같아요. 상상력에 태클을 걸만한 배경이 없었던 거죠. 공장 사장님들도 새로운 시도에 더러 신기해하세요.

    로고 활용을 많이 하시더라고요. 브랜드에 대한 사랑이 느껴져요.
    히그라는 이름을 걸고 대단한 양말을 만들고 싶다는 욕심이 있어요. 히그라는 사실만으로도 사고 싶은 양말이 되는 거죠. 그래서 이니셜 h를 의도적으로 많이 활용해요. 우스갯소리로 ‘히그라이팅'한다고도 한답니다 (웃음).

    잔잔한 디테일은 접근성이 좋다는 장점이 있을 것 같아요. 고객들의 피드백은 어떠한가요?
    항상 기대보다 좋아요. 공격적이지 않은 디자인이 편안함을 주는 게 사실이긴 해요. 데일리로 신기에 좋으면서 동시에 포인트가 되죠. 한편 리오더를 자주 진행하지 않아요. 같은 걸 많이 팔기보다는 새로운 걸 보여드리고 싶은 마음이 더 크거든요. 그러면 또 신상품을 사주시더라고요. 너무 감사하죠.

    접근성이 좋은 만큼 경쟁 제품이 많을 텐데요. 특히 단색 양말은 저렴한 양말부터 고급 양말까지 스펙트럼이 넓은데 그 사이에서 히그만의 강점은 무엇일까요?
    컬러와 디테일의 밸런스요. 지난 시즌에 레드 삭스의 인기가 대단했는데, 그 발색을 내기 위해 많이 노력하기도 했지만 색상만으로 그런 성과를 낳았다고 생각하진 않아요. 불규칙한 골지가 주는 입체감, 길이, 핏 등 모든 게 어우러져서 나온 결과물이에요. 무엇보다 중요한 요소는 핏이에요. 다리가 예뻐 보여야 되니까 (웃음). 비밀이지만, 발목이 두꺼운 편이거든요. 아무래도 저의 단점을 보완해 줄 수 있는 양말을 주로 만들게 돼요. 긴 옷으로 가리기보단 예쁜 양말로 돋보이게 해주는 거죠. 하의의 종류에 따라 알맞은 양말의 길이와 두께가 달라요. 그래서 전체적인 룩을 상상하면서 양말의 디자인을 떠올려요. 이런 관점이 분명한 강점이 된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양말 시장에서의 포지션을 걱정하진 않아요. 중요한 건 카테고리가 아니라 제가 지금 하고 싶은 것, 그리고 그걸 히그의 언어로 풀어가는 것이에요.

    역시 오너 스스로 니즈가 있을 때 브랜드가 문제 해결을 잘하는 것 같아요. 패션 브랜드이지만 히그다움이 시각적인 영역에 국한되지 않는다는 점이 큰 가능성을 품고 있네요. 특별히 더 해보고 싶은 게 있나요?
    늘 많죠. 2년 전부터 패딩 레그워머 같은 제품을 만들어보고 싶었어요. 아이디어가 항상 머릿속을 맴돌아서, 자려고 누웠다가 갑자기 일어나서 메모를 하곤 해요. 양말만큼이나 모자나 잠옷도 좋아해서, 언젠가는 도전해보고 싶기도 하고요.



    한 시즌에 제품이 얼마나 출시되나요?
    디자인 기준으로 17~20가지 정도 출시하고 있어요. 처음에는 10개로 시작했는데 조금씩 늘어났죠.

    제일 잘 팔리는 종류가 있나요?
    안타깝게도 예측이 안 돼요. 메인 상품이라고 출시했는데 의아할 정도로 안 찾아주실 때도 있고, 정말 가벼운 마음으로 만들었는데 리오더가 몇 차례나 들어가기도 해요. 빨간 양말은 제가 워낙 좋아해서 몇 시즌 전부터 출시했던 아이템이었어요. 하지만 매번 재고가 남았죠. 지난 시즌에도 고민이 많았지만 내가 몇 천 켤레를 신는 한이 있더라도 만들어야겠다고 결심했는데 대박이 났어요. 아무리 반복해도 가장 예측하기 어려운 부분이에요.

    너무 앞서가도, 그렇다고 뒤따라가도 안 되니 말이에요. 이번 SS 시즌의 대표적인 모델은 무엇인가요?
    지금 제가 신고 있는, 레이스가 들어간 제품이에요. 잘 될 것 같아요. 아뇨, 사실 잘 모르겠어요. 그래도 지금의 트렌드와 그간 고객님들이 보여주신 선호도를 고려해서 열심히 제작했어요.

    너무 예쁜데요! 한편 작년에 타이즈와 스타킹이 많이 보였는데, 히그에서는 출시된 걸 못 봤어요.
    2년 전에 진행했었는데 별로 재미가 없더라고요. 양말에서 다양하게 변주를 줄 수 있는 조직감 등을 적용하기 어려웠어요. 히그답다고 느끼는 포인트를 타이즈에서 전달하기에 어려움이 있더라고요. 그래서 양말에 더 집중하기로 결정했죠. 타이즈가 유행이면 나도 해야 하나,라는 생각이 전혀 들지 않는 것은 아니지만, 현시점에서 하고 싶은 게 분명하기 때문에 금방 제자리로 돌아와요.

    주요 동기가 재미군요.
    즐겁게 하고 있습니다.

    히그의 기조를 유지하는 데에는 이 양말들을 신었을 때 고객들이 느꼈으면 좋겠다는 기분이 있을 텐데요.
    예쁜 속옷을 갖춰 입으면 누구한테 보여주지 않아도 기분이 좋고 어딘가 당당해지는 느낌이 들잖아요. 양말도 겉으로 많이 드러나는 부분이 아니지만 직접 골라서 신은 사람은 알죠. 신발을 벗는 상황에서 더 자신 있게 발을 내딛을 수도 있고요. 그런 작은 순간들이 주는 분명한 행복이 있어요.

    양말을 만드는 분들은 어딘가 비슷한 가치관을 갖고 계신 듯해요.
    양말이라는 아이템 자체가 그런 존재인 것 같아요. 작고 일상적인 것에서 자주 행복을 찾으려고 하죠. 대단하지는 않을 수 있지만, 확실하니까요. 조금은 변태적인 성향이라고 할 수도 있고요 (웃음).



    론칭한 지 3년 정도 됐는데, 막상 해보니 어때요?
    지인들에게 자주 하는 얘기가 있어요. 매일이 행복하고, 염원하던 성취도 이루었는데 이럴 줄 알았으면 안 했다고요. 브랜드를 시작하기 전에는 전혀 예상치 못했던, 겪지 않아도 될 일들을 많이 겪게 돼요. 제가 보기보다 내향적이거든요. 성향적으로는 사무직이 더 잘 맞았을 수도 있는데, 이제는 사람들을 많이 만나고 에너지가 넘쳐야 하는 위치에 놓였어요.

    특히 이 시대의 브랜드 오너들에게 요구되는 자질이 된 것 같아요. 그래서 히그 인스타그램에 대표가 잘 드러나지 않는군요.
    네 드러나고 싶지 않습니다. (웃음)

    론칭 첫날의 기억은 어떤가요? 무척 떨렸을 것 같은데.
    새로고침 버튼을 계속 눌렀어요. 대단한 홍보를 하지도 않아서, 지인들만 알고 있는 정도였죠. 그런데도 35분 만에 첫 주문이 들어왔을 때 심장이 벌렁거리더라고요. 하루종일 컴퓨터 앞에 앉아 새로고침하고 방문자 수를 확인했어요.

    주변의 도움은 두고두고 고맙죠. 그런데 재방문율이 8~90%나 된다고요. 그만큼 제품력이 강하다는 뜻일 텐데요, 그렇다면 히그에게는 새로운 고객의 유입이 더 큰 과제일 수 있겠어요.
    초반에는 인플루언서 시딩도 조금 해봤어요. 평소에 흠모하던 분이 있으면 양말 선물을 하고 싶다고 디엠을 보내기도 했죠. 다행히 효과가 있었는지 이제는 유명한 분들이 직접 구매하기도 하고, 자연스럽게 노출이 되면서 순환이 이루어지는 것 같아요.

    삭스타즈 외에도 29cm, W컨셉, 카카오톡 선물하기 등 주요 채널에 입점되어 있는데요, 고정 고객이 몇 명 정도 되는지 여쭤봐도 될까요?
    자사몰 기준 1만 명 정도 돼요. 외부 플랫폼의 정보까지는 알 수 없어서 그 이상으로 예측하고 있습니다. 그래도 히그 공식 홈페이지의 힘이 중요하기 때문에 잘 운영하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유통 채널에는 쿠폰제 같은 혜택이 있는데, 자사몰을 찾아야 할 이유가 있을까요?
    예전에는 포장을 다르게 해 드렸어요. 정말 선물 받는 것처럼 정성을 쏟았죠. 지금은 그렇게까지 못하고, 대신 가끔 제 마음대로 선물을 넣어드려요. 랜덤으로. 배송이 잘못되었다고 연락을 주시기도 하는데, 그냥 기분 좋아서 보냈다고 답변드려요. 그러면 너무 기뻐하시죠.

    ‘오다 주웠다'의 히그판이네요. 재미있어요. 대표가 밀접하게 관여하고 있으니 가능한 일이고요. 규모가 커질수록 어려운 부분일 텐데요.
    맞아요. 저는 히그를 운영하면서 대단하게 성공해야겠다는 마음을 먹은 적이 없어요. 앞으로도 없을 것 같아요. 지금의 속도와 상태가 완벽하게 좋아요.

    그 상태를 좀 더 구체적으로 설명해 주세요. 궁금해요.
    일주일에 두세 번 쇼룸을 지키는데, 손님들을 만나는 순간이 너무 좋아요. 히그를 신고 들어오는 손님은 물론이고 팬이라고 자처하거나 히그 양말로 가득 찬 서랍 사진을 보여주시기도 해요. 특히 선물할 때 그렇게 뿌듯하대요. 제가 직접 구석구석 닿을 수 있는 지금이 행복하고 좋아요. 브랜드가 너무 커지면 누릴 수 없는 시간이겠죠. 사실 더 키워보고 싶어서 이런저런 시도를 해보기도 했는데 노력한다고 해서 얻어지는 게 아니더라고요. 운과 더불어 제 손을 떠난 많은 것들이 맞아떨어져야 해요. 그래서 지나치게 큰 기대는 하지 않아요. 그리고 손에 잡히는 시도들을 하죠.



    큰 목표를 갖고 도전하라고들 하지만, 사실은 만족할 줄 아는 것도 무척 큰 능력이에요. 나의 일을 하면 나를 더 잘 알게 되는 것 같아요. 히그를 론칭하고 운영하는 과정에서 개인적으로 느끼는 변화가 있나요?
    예전에는 다 잘하고 싶었어요. 모든 사람에게 멋있는 사람이고 싶고 일도 완벽하게 해내고 싶었죠. 그런데 더 중요한 건 지속가능성이더라고요. 한 번에 에너지를 다 쏟아버리면 오래 할 수가 없어요. 지금은 무리라고 느껴지면 내려놓고 바라볼 줄 아는 여유가 생겼어요.

    그렇게 했을 때 결과가 더 좋던가요?
    진짜 신경 써야 할 부분에 집중할 수 있게 되었죠. 완벽하게 해내고 싶은 한 가지만큼은 잘 마무리할 수 있는 거예요. 모든 것에 애쓰다가 번아웃이 올 뻔했어요. 별로 건강하지 않은 욕심인 것 같아요.

    선택의 우선순위가 생긴 거네요. 특히 어떤 부분에서 내려놓게 되었나요?
    이벤트성이 강한 일은 한번 더 재고하는 자세가 생겼어요. 아무리 좋은 기회여도 당장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라면 보류하죠. 물론 마음이 아프지만 더 중요한 게 뭔지 객관적으로 파악할 수 있어야 해요.

    가끔은 그럴 때 더 좋은 기회가 오더라고요. 멀리 보는 눈을 갖고 계신 것 같아요.
    졸업도 빨리, 입사도 빨리, 혼자 지낸 기간이 길어지면서 독립성이 더 강해진 것 같아요. 어릴 때부터 부모님은 제게 뭘 강요하지 않을 뿐더러 먼저 도움을 주지도 않으셨어요. 항상 믿고 응원해 주셨고요. 제가 스스로를 깨우치고 책임감을 갖게끔 키워주신 것 같아요.

    역시 메타인지! 히그를 론칭하는 데에 부모님이 큰 힘이 되어주셨겠어요.
    뭔가에 홀린 듯 양말을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하긴 했어요. 그래도 대사관에서 나올 마음까지는 없었는데, 제가 브랜드를 만들 수 있다는 사실 자체를 자각하지 못했던 것 같아요. 그런데 엄마가 먼저 제안하시는 거예요. 양말 언제 할 거냐고 서너 번쯤 물어보셨을 때에야 나도 내 일을 해도 된다는 사실을 인지했죠.

    역시, 옆에 누가 있는지가 너무 중요해요. 부모님도 자신의 일을 하시나 봐요.
    엄마는 무용을 하세요. 학생들을 가르치면서 여전히 공연도 하시고요. 이제와서 말하지만 그때 걱정도 조금 됐다고 하시는데, 되려 저는 전혀 안 했어요. 원체 확신이 있어야 실행이 가능한 사람이고, 퇴사를 결정했을 때는 이미 할 수 있다는 결론을 내렸거든요. 사회생활하면서 모은 돈으로 1년 정도는 버틸 수 있겠더라고요.

    혹시 플랜 B도 있었나요?
    저는 될 때까지 하는 사람이라 무조건 할 수 있다고 믿었어요. 계획성이 무척 높은 편이라서요. 독립하고 자기 브랜드를 하고 싶다는 친구들이 있는데, 무조건 퇴사하라고 안 해요. 계획이 뚜렷하고, 확신이 생겼을 때 스스로 결정해야 하는 문제예요. 저는 히그를 통해 매일같이 행복을 누리고 있지만 그 이면에 힘든 부분도 명확하게 존재하니까요. 자신을 중심으로 다양한 각도에서 고려해 보면 좋겠어요.

    히그는 무척 옹골찬 브랜드예요. 단단하고 오래갈 것 같아요. 뭘 해도 히그다울 거고요. 앞으로 가고자 하는 방향이 있나요?
    쇼룸을 꿈꿨는데 생각보다 빨리 이루어졌어요. 양말을 좀 더 다양하게 풀어내고, 좋아하는 아이템도 많이 소개하고 싶어요.

    정말 현실적인 포부네요 (웃음). 실현 가능한 목표들을 세우고 하나씩 도장깨기 하면서 앞으로 나아가는군요.
    막연한 꿈을 꾸고, 결국 이루지 못했을 때 밀려오는 허망감이 너무 크더라고요. 손에 잡히지 않는 대단함보다는, 당장 기분 좋게 고를 수 있는 양말 한 켤레처럼 확실한 성취와 행복이 제 스타일이에요. 그렇게 한 단계씩 크고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