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얼마 전 여름 옷을 고르다가 아이는 딱히 찾지 않는 형광 분홍색 반팔 티를 보고 우리 딸한테 꽤나 잘 어울리겠다고 혼자 생각하면서 장바구니에 냉큼 담아놓고는 결제 직전에 한참을 고민했다. 이렇게 튀는 분홍색을 사는 게 맞나?
지난주에는 아이가 어린이집에서 만든 커다란 종이 카네이션 두 개를 집으로 가져왔다. 빨간색은 아빠 거, 베이비핑크는 엄마 거라며 건네준 성인 얼굴만큼 큰 카네이션을 셔츠에 달고 거울을 보니 그 색이 정말 고왔다. 내 몸에 붙은 분홍색을 보고 곱다고 생각했다고 내가?
양말 장수 8년 차로 살면서 별별 양말 다 신어봤지만 어쩐지 조금 간지러운 마음에 여태 분홍빛 양말은 신지 않았다. 하지만 아이에게 예쁜 옷을 사주고 싶은 엄마의 마음처럼, 엄마에게 주려고 꼼지락거리며 종이꽃을 만든 아이의 손처럼, 분홍색은 사랑이 담긴 색이다. 옷을 입어보긴 겁나지만 살짝 용기 내서 분홍 양말쯤은 한 켤레 신어봐도 괜찮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