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게 옷도 이불도 발에 밟히는 거실 마루도 기분도 눅눅한 장마철이 시작되었다. 방금 건조기에서 꺼내 입은 반팔 티는 금세 어깨에 딱 붙어 이상하리만큼 무겁게 느껴지지만 평소보다도 더 바삭하고 도톰한 양말을 찾아 장화 속에 신으면서 비에 젖은 바닥과 가장 가까운 발만은 보송함을 잃지 않는다.
빗물과 물안개에 희뿌연 회색으로 흐려진 도시의 풍경 말고 새파랗게 탁 트인 여름바다를 보고 싶은데 어쩌다 보니 이번 여름은 바다와는 먼 곳으로만 여행 계획이 잡혔다. 휴가철에 바닷가에 가면 사람만 많고 제대로 즐기긴 어렵지, 하고 핑계를 대기엔 바다 없는 여름방학을 아이와 보내는 건 나 스스로 도저히 넘어가 줄 수가 없다. 작년 여름의 바닷가가 얼마나 즐거웠는지 일 년 내내 곱씹었으니 말이다.
여름이 끝나기 전에 꼭 바다에 가야겠다. 그리고 바닷물에 발을 담가야겠다. 내 아무리 양말 장수라지만 그 순간만은 양말이 필요 없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