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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OURNAL

  • 강부장의 전단지
    • 9월의 색: 흰색
    • EDIT BY 강사월 | 2023.9.21| VIEW : 390



    내가 추석을 인지하는 계절은 여름이다. 한창 더워지기 전에 미리 비행기 표를 예약하지 않으면 제때에 부산에 갈 수 없다. 부산행 비행기 편은 상당히 많지만 추석에 부산에 가려는 사람은 그보다 훨씬 더 많기 때문이다. 지난 6월에 나름 예약을 서둘러봤지만 결국 추석 당일 아침 비행기로 내려가게 되었다. 차례상 준비는 할 것 없으니 괜찮다는 시어머니 말씀에 멋쩍게 웃으며 통화를 마쳤다.

    명절이라고 해서 갑작스레 과식을 하는건 아니지만 언제나 문제는 칼로리에 있다. 맛있는 명절 음식은 대부분 고칼로리이고 그중에서도 나의 가장 큰 걱정거리는 떡이다. 담백해서 물리지도 않으면서 탄수화물을 밀도 높게 꽉꽉 채워 넣은 떡. 나는 떡 중에서도 요란하지 않은 흰떡을 좋아한다. 가래떡, 백설기, 흰 절편, 그리고 알록달록하지 않은 단정한 흰 송편.

    어릴 적 나는 콩을 싫어하지만 소심해서 우리 할머니께 콩은 넣지 말자고 말은 못 하고 깨송편을 하나라도 더 많이 만들겠다고 열심히 송편을 빚었다. 하지만 찜통에서 나온 송편은 결국 큰 소쿠리 하나에 모두 뒤섞여 담겼고 한가득 쌓인 흰 송편을 바라보며 이 중에 꿀이 들은 떡은 과연 어느 떡일까 있지도 않은 투시 능력을 발휘해 보려 애쓰곤 했다. 깨송편 당첨 확률을 높이겠다고 쉬지 않고 열심히 많이 만들었는데도 고르는 족족 콩이 나와서 엄마에게 도움을 요청하면 한두 알 대신 먹어주시다가 결국엔 그냥 먹으라는 핀잔이 돌아왔다. 어느 정도 크고 나서야 안 사실은 우리 엄마도 콩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왜 할머니는 이렇게 아무도 반기지 않는 콩을 매번 넣으셨을까. 하얗게 샌 머리칼과 다르게 귀가 많이 어두워지신 우리 할머니는 이제 나의 질문에 대답 대신 밝고 은은한 미소만 건네주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