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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OURNAL

  • 에디터 에디의 디깅노트
    • 브랜드이자 철학, 혹은 그녀의 삶과도 같은
    • EDIT BY 에디 | 2022. 11. 9| VIEW : 617



    브랜드이자 철학, 혹은 그녀의 삶과도 같은
    MARIA LA ROSA(마리아 라 로사)
    장인의 나라 이탈리아는 역사와 전통이 켜켜이 쌓인 브랜드들의 산실이다. 이탈리아 태생의 웬만한 브랜드들은 이미 대중들과 관심과 조명을 볼 대로 봐 심지어 빛까지 바래버린 지 오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숨은 보석 같은 브랜드들이 즐비하다. 브랜드 특유의 고유함을 내뿜고 있는, 그러나 아직 대중에게까진 널리 깊이 가닿지 않은 브랜드들만을 엄선해서 소개하고픈 마음이 지나치게 강했던 탓이었을까. 인적 드문 무성한 브랜드 숲에 너무 깊숙이 들어가느라 돌아올 길을 찾기까지 시간이 오래 걸렸는지도 모르겠다. 너무 오랜만에 디깅노트로 돌아온 송구스러움을 이렇게라도 에둘러 표현함과 동시에 자신 있게 말한다. 그 방황하던 시간의 숲에서 ‘마리아 라 로사’라는 브랜드를 찾았노라고.

    지금은 양말의 가치와 위상이 꽤나 높아지고 있는 시대지만,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지하철 한 귀퉁이나 도로 위 트럭에서 만 원에 열 켤레의 양말이 합당해 보였던 시절이 있었다. 그런 시절에도 ’마리아 라 로사‘는 옷 깨나 입는다는 사람들 사이에서 입소문을 타던 브랜드이자 양말이었다. 찬란하게 빛나던 과거의 영광은 과거의 기록에서 손쉽게 찾을 수 있었다. 보그, 엘르, 마리끌레르, 베니티 페어 등 세계적인 패션 매거진에 자주 게재되며 스칼렛 요한슨, 빅토리아 베컴, 카라 델레바인, 리한나, 비욘세, 아델 엑사르코풀로스, 노르웨이 메테 마리트 공주, 사우디아라비아의 리미 공주 등이 착용한 바 있다.

    그러나 꽤 오랜 시간 공들여 알게 된 마리아 라 로사의 진정한 가치는 여러 미디어에 노출되어 온 순간순간에 있기보다 브랜드에 내재된 정신, 곧 ‘끊임없이 변화를 모색하며 현대와 소통한다’는 데 있었다. 그렇다면 무엇이 이 브랜드를 특별하게 만들었을까? 수많은 브랜드들이 난립하며 뜨고 지기를 반복하는 변화무쌍한 이 시대에 이 브랜드는 어떻게 여전히 펄떡이는 생명력을 유지하고 있는가? 이 두 가지 질문에 대한 대답이야말로 마리아 라 로사의 본질을 탐험하는 데 유용한 수단일 것이라, 앞으로 이어지는 마리아와 앨리스, 그리고 리사의 이야기들 속에서 미루어 짐작해 볼 수 있을 것이다.
    “나는 양이나 이익이 아닌 품질과 아름다움이 중심이 되는, 낭비 없는 깨끗한 지구를 꿈꿉니다. 제가 서명하는 모든 작품은 이 꿈에서 비롯됩니다.”
    마리아 라 로사

    ©MARIA LA ROSA

    ©MARIA LA ROSA

    나쁜 예술가는 모방하고 천재는 훔친다 브랜드명이자 창업자 이름이기도 한 마리아 라 로사는 "나쁜 예술가는 모방하고 천재는 훔친다"는 파블로 피카소의 말처럼, ‘훔치고 재창조한다’는 문장으로 스스로의 작업 방식을 표현한다. 그녀는 시칠리아 태생으로, 그곳에서 보낸 대부분의 어린 시절 속에서 영감을 얻었다고 했다. 그 시절부터 그녀를 매료시켰던 것은 건축과 가구, 공예품, 자연이기도 했지만 그것을 넘어 그녀에게 큰 영향력을 발휘했던 것은 진정성 있고 동시에 실용적인, 그리고 노동을 기반으로 한 주체적인 존재와 생활, 그 안에서의 창작 방식이었다. 부모님과 함께 이탈리아를 여행하고 밀라노로 유학을 떠났던 어린 시절부터 만들어져 이어져 온 그때 그 가치관은 이후 그녀의 삶에 켜켜이 쌓이기 시작했다.

    패션 학교를 거쳐 그녀는 다양한 패션 스타일 비즈니스에서 일하며 경험을 쌓았다. 그러던 중 파리에서 그녀는 그녀 인생에 큰 전환점을 일으키는 경험을 하게 된다. 센 강둑을 따라 산책하던 중 그녀는 낡은 고물상 안에서 오래된 베틀과 조우하게 된다. 실을 엮어 직물을 만들 수 있다는 아이디어가 너무 마음에 들었던 그녀는, 다양한 책과 이론을 공부하면서 이 클래식한 도구를 사용한 직조 기술에 전념하기 시작했다. 이 직기를 통해 그녀만의 첫 번째 원단이 탄생한 지 얼마 되지 않아 그녀는 1990년대에 첫 번째 가방을 완성했고, 이후부터 이 직기를 통해 혁신적이고 독창적인 제품을 제작하게 되었다. 예술과 패션, 전통과 현대성, 지속 가능성과 맞춤 제작이 모두 어우러진 작품인 동시에, 개인을 넘어 브랜드로써 태동하기 시작한 마리아 라 로사의 출발선이기도 했다.
    “핸드메이드는 언제나 제 열정입니다. 그리고 제가 좋아하는 모든 일은 항상 수작업 기술과 연결되어 있습니다.”
    마리아 라 로사

    ©MARIA LA ROSA

    ©MARIA LA ROSA

    그녀가 본격적으로 대중의 주목받기 시작한 건, 보그 이탈리아가 알타 로마와 공동으로 주최한 '후 이즈 온 넥스트' 경연대회에서부터였다. 신진 디자이너와 브랜드를 육성하는 인재 허브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네 시즌 동안 휠라 브랜드의 지원을 받아 컬렉션을 제작한 이례로 그녀는 다른 많은 브랜드와의 협업을 시작하게 되었고, 이를 기반으로 국제적인 수준의 브랜드, 스타일리스트, 아티스트들과 더 자주 협업하게 되었다.

    “저는 현대 세계를 주의 깊게 관찰하고 가장 인상적인 것을 다시 그립니다. 우리는 협력자와의 협업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여성적인 기업을 만들었으며, 업무와 관계 안에서 윤리를 중요성하게 생각합니다. 뿐만 아니라, 저는 저희 브랜드가 환경과 생태에 세심한 주의를 기울이는 슬로우 패션의 일부라고 생각합니다. 지구와 환경을 위해 시간이 지나도 오래 입을 수 있는 의류를 만들고자 합니다. 그런 점에서 저에게 아름다움이란, 무엇보다도 수공예품 기반의, (그렇기에) 세월이 지남에 따라 획득되는 불완전 함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그것이 가지는 특이성을 저는 강조합니다.”
    과거의 전통을 바탕으로 미래를 지향하는 마리아 라 로사의 지향점 마리아 라 로사 아틀리에는 30년이 넘는 세월 동안 가방, 양말, 액세서리를 제작해 왔다. 독특하고 독창적인 작품이자 제품을 철저한 수작업을 통해, 그리고 엄선된 원자재와 수백 년 된 직조 기술의 느림의 미학과 함께 제품으로 환원한다. 항상 새롭고 혁신적인 시각으로 세상을 바라보려 시도하기 때문에 마리아 라 로사에선 한정판으로 생산되는 고급스럽고 세련된 제품들이 탄생하며, 까다로운 미감과 기준으로 품질과 아름다움이라는 두 가지 가치를 모두 충족해 왔다.

    양말 제품의 경우, 주로 고급 실크, 울, 캐시미어, 면 등의 소재를 사용하고 있다. 이러한 소재는 편안한 착용감을 제공하면서도 견고함과 내구성 모두를 갖추고 있기 때문에, 마리아 라 로사의 양말은 오랜 시간 사용해도 품질이 균일하게 유지된다. 가방과 스카프 등의 액세서리 제품은 실크, 리넨, 가죽 등의 고급 소재를 사용하여 제작된다. 이러한 소재는 부드럽고 고급스러운 질감을 제공하며 마리아 라 로사만의 독특한 특질을 더해준다.

    최상위 품질과 그것에 맞는 감각적인 디자인은 이탈리아 특유의 장인 정신과 깊은 관련이 있기도 하지만, 그녀는 과거의 방식에 스스로를 제한하는 것 역시 경계한다. 과거에 뿌리를 두고 있지만 미래를 지향하는 표현을 단지 하나하나 수작업으로 할 뿐이라고 마리아 라 로사만의 제품화 과정에 대해 그녀는 말한다. 새로운 아이디어의 제안이 작품으로 실현되고 모든 세부 사항을 세심하게 관리하며, 낭비 없이 환경을 존중하며 만들어지는 자신만의 프로세스를 지금도 잘 견지하고 있다. 속도감은 떨어질 수 있으나, 그 안에 진정성과 함께 우아함을 담으려는 시도는 격변의 세월 속에서도 관철시키고자 한 마리아 라 로사만의 지향점이기도 하다.

    마리아 라 로사에게는 그녀의 베틀을 보며 자란, 또 그녀의 작업과 영감의 순간에 함께 해 온 두 딸 앨리스와 리사가 있다. 고등학교 때부터 가방을 만들어온 두 딸은 졸업 후 얼마 지나지 않아 각자 가지고 있는 재능을 바탕으로 어머니의 사업에 동참하기로 결정했다. 회사는 가족 사업으로 확장되었고 컬렉션은 더욱 다양해졌다. 베틀 직조에 뜨개질, 마크라메 및 크로셰, 그리고 자수가 결합되어 보다 다양한 제품 라인업을 갖추게 되었다.

    ©MARIA LA ROSA

    ©MARIA LA ROSA

    트렌드보단, 우리를 둘러싼 세상과 현실을 바라보는 시선 마리아 라 로사만의 지속적인 생명력엔 창업자 본인은 물론, 함께 작업하는 두 딸 앨리스와 리사의 진정성이 크게 자리한다. 또한 진정성 깊게 배인 작품 너머로 매일 미래를 그리고 실현해 나가는 세 여성이 존재한다. 시간이 지남에 따라 현재에 머무르지 않고 끊임없이 외부와 소통하며 진화한 브랜드, 한편으론 자연을 보존하고 역사를 존중하는 브랜드가 자연스레 떠오른다.

    결국 예술은 패션으로, 전통은 동 시대성으로, 지속 가능성은 행동에 영향을 미친다. 마리아 라 로사는 30년이 넘는 세월 동안 겉으로 보기에는 아주 멀리 떨어져 있는 서로 다른 세계를 결합하여 자신만의 고유한 세계를 구축해 왔다. 마리아 라 로사만의 공고한 헤리티지에 지금도 여전한 생명력이 넘치는 배경이기도 하다.

    이렇듯 세 명의 공동 대표가 이끄는 마리아 라 로사의 제품들은 지금도 여전히 최고급 이탈리아 원사를 사용하고 천연 섬유에 기반하며 기계적인 보조 장치 없이 수작업으로 제작되는 수공예 방식을 특징으로, 그리고 한정판으로 제작된다. 다양한 단서에서 영감을 얻어 패션 액세서리에 모양, 색상 및 디자인을 부여한다. "이는 우리를 둘러싼 세계와 현실에 대한 우리의 시각에서 비롯됩니다."라고 디자이너들은 말한다. 과거를 잊지 않고 미래로 눈을 돌려 시대를 초월한 작은 예술 작품을 만드는 것이 이들의 비전이자 지향점인 셈이라, 바로 이 점이야말로 지금도 여전히 사람들이 열렬히 열광하고 또 감탄하며 응원하도록 만드는 요인이 아닐까. 마리아 라 로사가 선보이는 작품들에 내재된 고유한 영감에 대해 두 딸 앨리스와 리사는 이렇게 말한다.
    “마리아 라 로사의 작품은 트렌드를 쫓는 것이 아니라 우리를 둘러싼 세상과 현실을 바라보는 시선에서 비롯됩니다.”
    엘리스와 리사
    트렌드를 쫓는 사람과 자신만의 시선으로 해석하려는 사람, 두 사람 중 누가 작품을 만들지는 너무나도 자명하다. 그 작품을 감상하고 또 경험하고 싶다면, 삭스타즈에서 마리아 라 로사의 양말을 찾아보길 권한다. 세 여성이 고집스레 관철시키고자 한 무언가가 양말에서 느껴지길, 그 고유한 시선을 통해 이 글을 읽는 당신 역시 마리아 라 로사 그녀와 같이 세상을 조망하는 힘이 생겨나길 응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