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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OURNAL

  • 점장 구달의 장바구니
    • EP15. 각별한 마음을 양말에 담아
    • EDIT BY 구달 | 2023. 12. 5| VIEW : 1086

    언제부터일까? 친구들과 만나는 자리에 작은 선물을 지참하는 습관이 생겼다. 소품 가게를 구경하며 하나씩 사 모은 자질구레한 물건이나 직접 써보고 좋았던 핸드크림, 맛있어서 넉넉히 쟁인 주전부리 등 그리 비싸지 않은 가벼운 것들이다. 나뿐이 아니다. 친구들도 꼭 한 손에 작은 쇼핑백을 달랑이며 약속 장소에 나타난다. 그렇게 우리는 노트와 책갈피를, 핸드크림과 여행용 칫솔 세트를, 밤 양갱과 우롱차 티백을 주고받으며 소란하게 안부를 나눈다.

    나와 친구들 사이에 미풍양속(?)으로 자리 잡은 이 선물 랠리의 기원은 알 수가 없다. 영국에서 최초로 시작되어 일 년에 한 바퀴를 돌면서 받는 사람에게 행운을 주었다는 그 유명한 편지의 첫 작성자만큼이나 오리무중이다. 그래도 한 가지 가설을 세워볼 수 있었다. 바로 ‘만남의 이벤트화’ 가설이다. 정말이지 30대에 접어든 이후로 친구와 가볍게 만나는 일이 불가능해졌다. 독립하거나 결혼한 친구들 대부분이 경기도로 흩어졌고, 회사와 가정에서 각자 챙겨야 할 대소사가 늘어나면서 시간을 맞추기 어려워진 탓이다. 일상 그 자체였던 친구와의 만남이 어느덧 비일상적인 이벤트가 되어버린 현실. 아이러니하게도 자주 보지 못할수록 친구를 생각하는 마음은 더 각별해졌다. 아마 그렇게 각별해진 마음을 선물을 주고받음으로써 표현하기 시작한 게 아닐까 짐작해 본다. 애틋하기도 하고, 서글프기도 하다.

    선물에 담긴 진심이 애틋할지라도 선물을 주고받는 순간은 그저 즐겁고 기쁘기만 했으면 좋겠다. 그러려면 역시 상대방을 웃길 수 있는 물건을 고르는 센스가 필요하다. 양말 가게 점원이라서 하는 말이 아니라(정말입니다), 누군가를 까르르 웃게 만드는 데 양말만 한 물건이 없다. 어푸어푸 헤엄치는 토끼가 그려진 키티버니포니 양말, 수영 배우는 재미에 푹 빠진 친구를 웃길 수 있다. 아이헤이트먼데이의 짝짝이 줄무늬 양말, 세인트제임스 티셔츠를 즐겨 입는 친구를 웃길 수 있다. “AND YOU HAVE THE KEY”가 적힌 하쿠의 레터링 양말, 샤이니에 입덕한 친구를 웃길 수 있다. 그렇게 지인들을 웃길 궁리를 하면서 장바구니 가득 양말을 담았다. 매번 블랙프라이데이마다 이런 식으로 연말연시에 선물할 양말을 미리 사두곤 한다. 결제를 하려는데 낯선 버튼이 눈에 띄었다. 「선택 상품 선물하기」

    사이트에 ‘선물하기’ 기능이 생긴 건 알았지만, 한 번에 한 켤레만 가능한 줄 알았지 장바구니에서 여러 켤레를 선택할 수 있는지는 미처 몰랐다. 택배 상자를 깠을 때 달랑 한 켤레만 있으면 좀 휑할 거 같아서 사용하지 않은 기능인데... 팍팍 넣을 수 있었던 겐가! 서둘러 결제를 마치고 새롭게 장바구니를 채우기 시작했다. 제일 먼저 고른 건 닥스훈트와 비글이 스케이트보드를 타는 모습이 담긴 귀여운 양말. 폭신폭신한 코지 플레인 수면 양말도 색깔별로 넣었다. 그리고는 전체 선택 후 선물하기 클릭! 경기도 모처에서 흑염소를 닮은 닥스 세 마리와 딸을 키우며 주택 생활을 하는 친구한테 보냈다. 첫 직장 입사 동기로 만난 우리는 누구보다 잽싸게 사표를 던지는 실행력을 선보인 점을 빼고는 서로 전혀 다른 궤적을 그리며 삶을 꾸려왔다. 생활 반경도, 여가를 보내는 방법도 달라서 자주 보진 못해도 귀여운 걸 좋아하는 취향과 견공과 함께 산다는 공통점이 우리를 지금껏 찰싹 붙여주었다. 그러니 양말 택배를 받으면 분명 기쁘게 웃어줄 것이다.

    그나저나 ‘행운의 편지’를 최초로 보낸 사람은 누굴까? 7통을 복사해서 주변에 뿌리지 않으면 3년의 불행이 따를 것이라고 윽박지를 생각을 하다니, 누군지는 몰라도 참 못된 사람이다. 나라면 무작위로 친구를 골라 선물하기 기능으로 양말을 보내면서 메시지 카드에 이렇게 적겠다. “이 양말은 삭스타즈에서 최초로 시작되어... 빵꾸가 날 때까지 열심히 신으면 행운이 올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