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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OURNAL

  • 강부장의 전단지
    • 12월의 색: 레드
    • EDIT BY 강사월 | 2023.12.14| VIEW : 1359



    우리나라에 빨간색이 가장 유행했던 때는 분명 2002년이다. 전 국민이 붉은 악마가 되어 새빨간 티셔츠를 입고 거리에 뛰쳐나오던 그 당시 나는 고1이었다. 안국동의 학교에서 조금만 잰걸음으로 걸어나가면 광화문이고 시청이었던 축복받은 지리적 조건 덕분에 난 그 해 모든 경기와 뜨거운 여름을 거리에서 즐길 수 있었다. 다만 빨간 티셔츠가 어찌나 부끄럽던지 하얀 교복 블라우스 위에 태극기를 망토처럼 두르는 게 월드컵 드레스코드를 맞추는 최선의 노력이었다. 지금도 그렇지만 무채색을 좋아하는 열일곱 살의 나에게 빨간 티셔츠를 입는다는 건 너무나도 어려운 일이었다.

    올해 빨간 포인트가, 빨간 양말이 유행이라는 패션 유튜버의 영상을 보면서 격세지감을 느꼈다. 빨강은 어릴 적 TV 속 임하룡 아저씨만 신을 수 있는 양말 색이라고 생각했는데 Be the Reds 티셔츠도 못 입던 내가 빨간 양말을 신게 되다니. 트렌드 덕분인 걸까 생각해 보면 글쎄 난 그렇게 트렌디한 사람이 아닌데, 나이를 먹으면 빨간색이 예뻐 보인다더니 내가 어느새 그렇게 나이를 먹어버렸나?

    혼란스러워하지 말자. 12월이라 가능한 선택이다. 이상하게 12월에는 빨간 양말을 신어도 부끄럽지 않을 것 같다. 어느 누구라도 빨간 양말을 선물받으면 반가워해 줄 것만 같은 12월이다. 산타 할아버지는 긴 긴 세월 빨간 옷을 입으시고 루돌프의 코는 빨간 코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