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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OURNAL

  • 룬아의 인터뷰
    • 눈을 감으면 시작되는 이야기: 모노룸
    • EDIT BY 룬아 | 2023. 1. 13| VIEW : 436

    눈을 감으면 시작되는 이야기: 모노룸 작년 여름, 공항에서 비행기를 기다리면서 향수를 골랐습니다. 6년 동안 아이를 임신하고 키우느라 정말 오랜만의 향수 쇼핑이었어요. 눈에 익은 패션 브랜드의 상품은 흥미가 떨어져서, 니치 향 브랜드인 딥디크와 르라보 매장을 오가며 시향을 해보았습니다. 결국 선택한 향은 르라보의 ‘어나더 13’이었어요. 매장 직원은 라벨에 저의 이름과 공항 위치를 인쇄해서 붙여주었고요. 조금 번거롭겠지만 추억을 아끼는 사람들에게는 괜찮은 서비스겠구나 싶었죠. 그리고 집에 돌아와 제가 산 제품을 서칭하던 중 알게 되었습니다. ‘어나더 13’은 르라보 안에서도 인기가 많은 향이라는 것을요. 저의 취향은 뾰족함 안에서도 원만했나 봐요.

    국내에도 독립적인 향 브랜드들이 있어요. 그중 니치 퍼퓨머리 하우스를 표방하는 ‘모노룸' 쇼룸에 들렀습니다. 크리스마스를 맞이하여 빨간 벨벳 천으로 꾸민 인테리어, 도자기를 빚어서 만든 시향 볼, 독일에서 제작한 유리병, 그리고 패키지마다 부착된 왁스 실링… 무엇 하나 두루뭉술한 것이 없어요. 조향사의 설명을 들으며 향을 하나씩 차례대로 맡아보니 이분들 사전에 대충은 없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니나 다를까, 디자인 스튜디오를 운영했던 전적이 있더군요. 디자인과 조향은 매우 닮아있다는 의견으로 시작해서 컴퓨터공학 학력까지 따야 했던 모노룸의 이야기, 지금 시작합니다.

    모노룸 유호석 이나연

    브랜딩 디자인을 하셨다는 얘기를 들으니 모노룸의 모든 걸 디자인의 시선으로 보게 되네요. 스튜디오를 운영하다가 브랜드를 론칭하신 건가요?
    호석 - 네. 나연이 그래픽 디자인, 저는 기획 연출을 했었는데 퇴사하고 함께 스튜디오를 운영했어요. 모노룸은 사이드잡으로 시작했죠. 클라이언트의 브랜드를 만들어주다 보니 우리의 브랜드를 갖고 싶다는 욕심이 생기더라고요. 디자인만 했지, 운영에는 경험이 없었는데 잘 몰라서 더 호기롭게 시작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나연 - 사이드로 운영해서는 브랜드가 지속될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어요. 그게 불과 1년 전, 합정동 쇼룸을 열면서부터예요.

    올인해야 한다는 걸 알게 됐군요. 그런데 왜 향을 선택했어요?
    나연 - 어릴 때부터 향수 모으는 걸 좋아하기도 했고, 조향이 디자인과 맞닿아있는 지점이 많아요. 디자인은 최종 결과물을 내기 위해 계속 시도하고, 쌓아가고, 느낌을 찾아가는 과정을 거치잖아요. 향도 똑같아요.

    아이디어를 펼쳤다가 좁히고, 다시 펼쳤다가 좁히는 과정이 비슷하군요.
    나연 - 맞아요. 오히려 향이 더 재미있게 느껴졌어요. 시각적인 결과물은 보자마자 판단하기 쉽거든요. 그에 비해 향은 모두 체감하는 정도가 달라요. 좀 더 추상적이기도 하고요. 똑같이 수고를 들였는데 향에 대한 피드백이 긍정적인 경우가 더 많았어요. 그래서 방향을 튼 것 같기도 해요.
    호석 - 브랜딩 프로젝트 같은 경우 규모가 크면 둘이서 벅차요. 반면 향 컨설팅은 충분히 가능해요. 더불어 새로운 일이라 그런지 열정과 재미를 다시금 느끼고 있어서 무척 즐거워요.

    도파민이 샘솟는 일이군요 (웃음).
    호석 - 맞습니다 (웃음). 모노룸은 스튜디오를 운영하면서 만든 가상의 브랜드였어요. 포트폴리오도 만들고 스터디도 할 겸 카페나 IT 기업, 젤라또 가게 등 다양한 가상의 브랜딩 작업을 이어왔는데 그중 하나였던 거죠. 실제로 론칭하게 될 거라고는 상상도 못 했지만.
    나연 - 대구에서 편집숍을 운영하는 분이 실제로 개발하면 구입하고 싶다면서 등 떠밀어주셨어요. 그제야 진짜 조향을 시작했는데, 지금 생각해 보면 아주 어설펐죠.

    역시 뭐든 시작이 반이에요. 모노룸은 ‘하나의 방'이라는 뜻이죠? 공간을 채우는 향이 상상되는 이름이에요.
    나연 - 맞아요. 향수를 몸에 뿌리려고 해도 인체라는 공간이 필요하죠.

    내가 하나의 공간이 되는 거군요. 뭔가 낭만적이네요. 그런데 모노룸은 인디 향수, 니치 향수라는 카테고리에 속해있더라고요. 구체적으로 어떤 의미인가요?
    호석 - 일단 독립적인 성격을 가진 조향사나 브랜드를 지칭하는 것이고요, 상대적으로 소규모 제작자일 수도 있습니다. 글로벌 빅 브랜드가 향 트렌드를 주도하는 경향이 있는데, 그것과 상관없이 자기만의 향을 전개하죠. 그런데 요즘에는 니치 향수도 규모가 커진 케이스들이 있어서 경계를 두는 게 조금 애매하긴 해요. 르라보나 딥디크의 시작도 인디였거든요.

    그럼, 향 업계를 주도하는 대기업들은 어디가 있나요?
    호석 - 피르메니히, 심라이즈 같은 대형 향료 회사가 있어요. 정말 유명한 조향사들이 근무하는 곳이죠. 패션 브랜드들은 대부분 이런 회사에서 납품받는 형식으로 진행해요. 인디 향수라고 하면 이런 회사들에 비해 향 자체가 뾰족하다고 보면 될 것 같습니다.

    모노룸은 스스로 ‘니치 퍼퓨머리 하우스'라고 정의하고 계신데, 어떻게 아이덴티티를 만들어가나요?
    호석 - 향은 이야기가 아주 큰 부분을 차지해요. 사업적으로 표현하면 마케팅인데, 워낙 추상적이고 직접 경험하기까지의 여정이 있기 때문에 어떤 이미지와 스토리로 소개하느냐가 중요해지거든요. 같은 향이어도 스토리텔링에 따라 전혀 다르게 느껴질 수 있어요. 일종의 각인을 시키는 작업이 동원돼요.
    나연 - 향 자체에 있어서는 기본적으로 선택하는 향료가 달라요. 우선 ‘노트'라고 하는 향조를 직접 만들어요. 방산시장에 가면 쉽게 살 수도 있지만, 브랜드 고유의 향을 만들기 위해서는 단독 노트를 개발하는 단계가 필수적입니다. 또한 보편적인 원료의 조합이나 배합을 답습하기보다는 저희만의 정체성을 계속 찾아가려고 하죠. 그 과정에서 천연 오일을 선호하는 편인데, 천연이 가진 다양성과 불안정성에서 큰 매력을 느끼기 때문이에요. 그런 부분이 모노룸의 유니크한 취향과 맞닿아있다고 생각하고요. 따라서 새로운 천연 항료에 도전하거나 화학 향료를 과감하게 써보는 등의 시도를 이어가고 있어요. 고전적인 방식을 추구하기도 하고요. 옛날에 쓰던 향에서만 느낄 수 있는 특징이 있거든요.
    호석 - ‘우리만의 것'을 만드는 게 물론 중요하지만, 그 이전에 호기심과 고찰하는 습관을 놓지 않으려고 노력합니다. 신선함은 결국 태도에서 나오거든요.

    진지하면서 동시에 과감하네요. 고전 향이라는 것은 구체적으로 무엇인가요?
    호석 - 고대 이집트에서 클레오파트라가 썼다고 알려진 향수도 있어요. 그때는 화학적으로 원료를 추출할 수 없었기 때문에, 진귀하게 여겼던 향들을 고농축으로 뽑아서 블렌딩했어요. 그러다 보니 굉장히 맵고 짜고 달큰한 느낌이 있어요. 중세에 와서는 그런 향을 재해석한 향수들이 꽤 있었죠. 그런 느낌이 좋더라고요.

    조향을 해본 적이 없어서 무척 추상적인데, 디자인과 비슷한 느낌이 확실히 있네요. 과정을 딱 잘라서 설명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어요.
    나연 - 클래스101에서 수업을 진행했었는데, 저희의 강점은 바로 사람들의 감정이나 생각, 기억 같은 추상적인 이미지를 향으로 표현할 수 있도록 설명한다는 거였어요. 디자인과 향을 통해 클라이언트와 소통한 경험들 덕분인지도 모르겠어요.

    모노룸도 초기에는 대중적인 브랜드였다고요. 지금의 포지션으로 오게 된 여정이 궁금해요.
    호석 - 당시에는 지금만큼의 조향 실력을 갖추고 있지 않았어요. 그래서 시중에 있는 향수와 비슷하게, 하지만 조금 다르게 표현하는 게 저희의 한계였죠. 자연스럽게 대중성을 띨 수 밖에 없었어요.

    니즈는 있었지만 스킬이 부족했군요. 그럼 언제부터 당당하게 니치 퍼퓨머리 하우스가 되었나요?
    나연 - 1년 전에 리브랜딩과 쇼룸 오픈을 진행하면서 시작되었어요. 대중적인 향은 이미 잘하는 곳도, 합리적인 가격에 판매하는 곳도 너무 많아요. 그들과 경쟁해서는 살아남을 수 없다고 판단했죠. 우리의 가치를 알아봐 주는 고객에게 뾰족하게 다가가는 게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아무래도 디자이너 출신이다 보니 더욱 그런 가치를 추구하게 되는 것 같네요.
    호석 - 실제로 니치 향에 대한 고객 니즈도 있었어요. 시간이 지나면서 고관여 고객층이 생기고, 기존의 향과는 조금 다른 무엇을 찾곤 했거든요. 이런 현상은 해가 갈수록 점점 강해졌어요.

    전시로 향을 풀어내기도 했더라고요. 기존 브랜드들과는 다른 프레젠테이션 방식을 쓰시는 것 같아요.
    호석 - 우리는 좋은데 고객들도 반겨주실까, 에 대한 고민이 있었는데 좋은 기회로 갤러리에서 전시하게 되었어요. 향을 후각만이 아닌 청각, 시각 등 보다 넓게 체험할 수 있도록 다양한 매체를 연계해서 기획했습니다. 향 자체도 더욱 과감하게 제조했어요. 그런데 예상보다 반응이 좋더라고요.
    나연 - 갤러리 대표님께서 소속 작가와 합동 전시를 제안하셔서 두 번째 전시까지 이어졌어요. 빛을 다루는 작가님이었는데 빛과 향이라니 너무 어렵잖아요. 그런데 막상 풀어내니 관람객들이 많이 좋아해 주셨어요. 향을 제품으로만 경험하다가 오롯이 향으로 호흡하면서 느끼는 게 되게 신선한 경험이라고 하시더라고요. 전시를 기점으로 좀 더 예술적으로 풀어도 괜찮겠다고 생각했어요.
    호석 - 결정적으로는 전시를 보고 서울디자인페스티벌에서 초청을 해주셨고, 넉넉한 부스에서 선보일 수 있게 되었어요. 거기야말로 대중이 많이 오는 행사인데 너무 재미있어하시더라고요. 이제는 진짜 용기를 내야겠다고 결심했습니다.

    정말 좋은 전시였나보네요. 못 가봐서 아쉬워요. 리브랜딩을 하고 1년이 지났는데 어떤가요?
    호석 - 사실 매출은 많이 떨어졌어요.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기존 입점처에서 모두 나왔거든요. 그전에는 직접 판매해 본 적이 없었는데 전시장에서 방문객들에게 향을 직접 설명해 주고 보니, 그 과정이 엄청 중요하다는 걸 알게 되었어요. 현재는 자사몰과 합정동 쇼룸에서만 판매하고 있어요.
    나연 - 가격대도 오르긴 했어요. 초기에는 1~2만 원 정도로 굉장히 저렴한 편이었거든요.
    호석 - 브랜드 포지셔닝 영향도 있고, 사용하는 원료도 달라졌어요. 모노룸의 시그니처 향으로 ‘앤틱 샌달우드'가 있어요. 샌달우드라는 목재의 느낌을 묵직하고 스파이시하면서도 부드럽게 표현했어요. 앤틱 샌달우드는 초기부터 있던 향인데 이름만 남고 향은 많이 바뀌었어요. 저희가 지향하는 느낌으로 계속 발전했죠.

    그렇게 되면 기존 고객층이 바뀌지 않나요? 그리고 새로 유입이 되어야 하는데, 과감하시네요.
    호석 - 맞습니다. 그래서 딱 하나 남겨둔 향이 있는데 바로 ‘와일드 플라워'예요. 당시에도 인기가 상당히 많았거든요. 모노룸의 역사를 처음부터 함께 해준 향입니다.

    어떤 향은 1년 넘게 조향을 하기도 한다고요. 향마다 제작 기간이 천차만별일 것 같아요.
    호석 - 오늘 뭔가 떠올라서 조향해 봤는데 바로 포뮬러가 되는 경우도 있긴 해요. 1년 넘게 걸린 건 ‘누디베'라는 향인데, 집착이 좀 있었죠 (웃음). 저희가 좋아하는 어떤 침향 인센스가 있어요. 그걸 태우면 탄내가 전혀 없는, 뽀얗고 예쁘고 고급스러운 잔향이 공간에 가득 차요. 정말 감동적입니다. 하지만 태워서 향을 내는 인센스와 에탄올에 희석해서 뿌리는 향수는 물성 자체가 완전히 달라서 더욱 구현해 내기 힘들었어요.
    나연 - 아예 없는 향을 창조하는 게 차라리 나아요. 존재하는 느낌을 우리만의 방식으로 재현하는 게 정말 어렵더라고요. 게다가 코라는 기관은 금방 마비되기 때문에, 실제로 향을 맡는 작업은 하루에 5시간 정도 밖에 안 돼요. 내려놓고 내일 다시 하고, 내일모레 돌아오고. 물리적인 시간이 요구되죠.
    호석 - 특히 잔향이 중요한 제품이어서, 향을 만들어놓고도 며칠 뒤에 맡아보고 수정하는 과정을 반복하다 보니 더 오래 걸렸어요.

    레시피를 만들면 완성이 아니라 조금씩 달라질 것 같아요. 향료 자체가 자연에서 온 것이잖아요. 와인도 연도에 따라 맛이 다른 것처럼요.
    호석 - 특정 연도의 향수를 찾는 분이 있어요. 천연 향료도 결국 농산물이기 때문에, 같은 밭에서 채취해도 차이가 있을 수 있고 어떤 증류소에서 증류했느냐에 따라서도 다를 수 있어요. 또한 규정이 바뀌면서 기존에 쓰던 원료가 금지 품목이 되는 경우도 있죠. 대표적으로 머스크가 있어요. 사향노루의 향낭을 채취하기 위해서는 동물을 희생시키고 생식선을 잘라야 하거든요. 또 향수는 몸에 직접적으로 닿기 때문에 특정 항료에 알레르기를 유발하거나 독성이 있다는 요인이 발견되면 금지 품목으로 들어가요. 포뮬러의 일정 비율 이상 사용할 수 없게 제한을 두기도 하고요. 이렇기 때문에 같은 이름의 향이어도 조금씩 변화가 있을 수 있습니다.

    들으면 들을수록 굉장한 세계네요, 조향이란. 현재 모노룸에는 캔들과 디퓨저, 미스트 세 가지 종류로 라인업이 형성되고 있는데 같은 향이어도 제작 방식이나 최종적인 느낌이 다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요즘의 향 브랜드는 보디 제품으로 전개되는 양상이 짙은데, 모노룸은 계획이 없나요?
    나연 - 지금으로써는 제품 형태의 다양성보다는 향의 종류를 늘리고 싶은 욕심이 더 커요. 모노룸에 가면 원하는 향을 찾을 수 있다는 인식을 심어주고 싶어요. 5년 동안 네 가지 향으로만 운영하다가 리브랜딩하면서 전시에서 선보였던 향을 개량하는 등 현재 아홉 가지가 있어요. 보디 제품에 대한 계획은 물론 갖고 있습니다.
    호석 - 그래서 제가 학위를 따기도 했어요. 몸에 닿는 향 제품은 화장품 군으로 들어가요. 즉, 화장품 책임 판매업자가 있는 곳에서만 판매가 가능한데 의사나 간호사 면허, 또는 이공계 학사 이상의 학력이 필요해요. 조향과 관련이 있으니 화학을 공부하고 싶기도 했지만 사업과 병행하는 게 불가능해서, 학점제로 졸업할 수 있는 컴퓨터공학을 전공했어요. 퇴근하면 온라인으로 강의를 듣고 과제도 제출하고 코딩도 배웠네요.
    나연 - 모노룸 미스트가 공식적으로는 향수가 아니에요. 알레르기 검사도 다 통과했고 향수처럼 써도 무방한 제품이지만 법적으로는 섬유에 뿌리는 제품으로 안내해 드리고 있어요.

    향 컨설팅도 하시잖아요. 브랜딩에 향도 한 카테고리를 차지하기 시작했다는 게 느껴져요. 이제는 작은 브랜드들도 자기만의 향을 개발하는 추세더라고요.
    호석 - 국내에서도 향이라는 분야가 점점 수면 위로 올라오는 게 피부로 느껴져요. B2B 프로젝트 중 ‘플리츠마마'라는 브랜드가 있었는데, 삼청동에 한옥을 개조한 쇼룸을 오픈하면서 향을 의뢰하셨어요. 한옥에서 느껴지는 따뜻하고 정감 가는 이미지, 어렸을 때 시골집에 놀러 가면 할머니가 반겨주시던 느낌, 그리고 ‘이웃'이 중요한 키워드라고 하시더라고요. 향이 아니라 이야기로 소통하는 과정에서 너무 즐겁게 작업했고 기와집의 창호지에서 느껴지는 향취와 매화 등의 향을 담았어요. 두 번째 쇼룸은 광장시장에 오픈하셨는데, 지역 특색을 살려서 시장의 활기와 을지로 특유의 환경 속 은은히 배어있는 담배 냄새 등이 느껴지는 향을 만들었죠.

    향이 무척 좋은데 그렇게 설명하시니까 정말 시장의 냄새들이 느껴져요. 신기하네요.
    호석 - 광장시장 향이 아로마틱하고 강렬했던 이유는, 쇼룸 앞 전집의 기름 냄새와 다양한 음식 냄새를 소취할 수 있는 힘이 필요했기 때문이에요. 서울의 성장과 함께한 이들의 거칠고 때묻은 손에서 느껴지는 세월을 담아 만든 향입니다.

    그런데 말씀하셨다시피, 그래픽만큼 쉽게 피드백 주긴 힘들 것 같아요. 마음에 들면 다행이지만 어떤 부분이 아쉬운지 표현하기 어려울 것 같은데요?
    나연 - 그걸 알아내는 것도 저희의 일이에요. 향의 언어로 하지 않아도 되니까 느끼는 바를 최대한 구체적으로 말해달라고 요청해요. 어떤 기억, 색, 감정을 느끼고 싶은지 편하게 말씀하시면 돼요. 저희가 찰떡같이 해석해서 보여드립니다. 물론 개발 전에 원료 리스트를 갖고 미팅해요. 선호하지 않는 향이 있다면 그만큼 옵션을 줄여서 작업하죠.
    호석 - 저희의 일은 브랜드와 향을 해석해서 프레젠테이션하는 것까지 포함돼요. 향은 후각으로만 느끼는 것이 아니거든요.

    삭스타즈의 향도 의뢰를 받으셨다고요. 서촌에 플래그쉽 스토어를 준비하고 있는데 서촌과 청담을 다른 느낌으로 개발하겠어요.
    호석 - 각 쇼룸과 함께 삭스타즈 자체의 시그니처 향도 계획 중이에요. 브랜드 마스코트 ‘까뮤'가 가진 스토리를 담아서 반짝반짝한 향을 상상해 보고 있어요.
    나연 - 삭스타즈 만의 노트를 개발하고, 그 위에 각 지역에 맞는 원료를 배합해서 통일성이 있지만 동시에 각각의 아이덴티티가 느껴지는 향을 기획 중이에요.

    반짝반짝하다는 표현이 삭스타즈가 지향하는 가치와 잘 맞네요. 일상의 소중함이 느껴지는. 향은 니치해도 스토리텔링은 쉬워야 할 것 같아요. 공감이 제일 중요할 테니까요. 재래시장에 가보지 않은 사람에게 아무리 시장 이야기를 들려줘도 상상할 수 없잖아요.
    호석 - 맞아요. 그래서 쇼룸에서 조향사가 설명하는 시간이 무척 중요해요. 자리를 지키고 있는 게 쉽진 않지만, 깊이 소통할 수 있다는 점을 굉장히 매력적으로 느끼시더라고요. 한 번의 방문으로 모노룸에 푹 빠지기도 하고요.

    분야 자체가 작은데 그 안에서도 무척 타이트하게 운영하고 계세요. 생산량에도 제한을 두던데요.
    호석 - 생산량을 늘린다는 것은 여기저기에서 판매한다는 것과 일맥상통해요. 사업적으로는 그게 맞을 수 있지만 저희는 여전히 취향을 깊게 나누고 함께 빠져드는 것에 관심이 있어요. 그게 지금 모노룸의 아이덴티티라고 생각하고요.

    여러모로 진입 장벽이 높은 분야네요.
    호석 - 실제로 유지가 쉽지 않아요. 새로운 향 브랜드가 생겼다는 소식을 들었다가도, 한 해가 지나고 사라지는 경우를 많이 봤어요.

    모노룸이 자리를 지키고 있으면 때가 오겠군요.
    나연 - 한국의 향 시장이 훌쩍 성장했으면 좋겠어요. 지금은 르라보나 딥디크, 핸드크림이나 룸 스프레이로 만족하는 분들이 대다수이지만 그것들을 경험한 후에는 조금 더 색다른 무엇을 찾게 될 거예요. 그러면 저희 같은 소규모 브랜드의 목소리도 더 많이 들리겠죠. 일단 브랜딩 분야에서 향의 입지가 커지고 있으니 차차 좋아질 거라 기대합니다.

    축적의 힘은 쉽게 따라 할 수 없죠. 마지막으로 궁금한 게 있었는데, 왁스 실링을 비주얼 아이덴티티로 채택하신 이유가 있나요? 선물 패키지에만 해주시는 줄 알았는데 유리병마다 다 다른 실링이 붙어있어서 놀랐어요.
    나연 - 조향 자체가 수작업이에요. 그 부분을 부각하고 싶었어요. 옛날에 와인을 밀봉하기 위해 병에 왁스 실링을 부착하던 것에서 착안했죠. 리브랜딩하면서 차별화에 대해 많은 생각을 했어요. 대중적인 브랜드, 대기업과 다르게 가져갈 수 있는 부분이 뭘까 고민한다면 그런 곳에서 할 수 없는 걸 하면 되거든요. 번거로운 만큼 우리만의 무엇이 되는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