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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OURNAL

  • 무과수의 제철음식
    • 그린 파스타와 숲 스프
    • EDIT BY 무과수 | 2024. 3. 4| VIEW : 535



    홍제천을 따라 걷는데 물이 흐르는 소리가 유독 활기차게 들린다. 더 이상 옷을 단단히 여미지 않고 풀어 헤치거나 아예 벗어도 좋을 온도가 되었다. 봄이 언제 오나 싶다가도 막상 추위가 한풀 꺾이는 요맘때쯤이면 괜히 아쉬움이 든다. 겨울을 더 격렬히 사랑할 걸 하는 마음이 들어선다. 책 [안녕한, 가] 봄 섹션 프롤로그에 이런 구절을 쓴 적이 있다.

    ‘끝나지 않을 것 같던 겨울이 지나가고 봄은 기어이 우리 곁으로 와주었다. 추위에 제대로 맞서본 사람만이 이 계절을 잔뜩 껴안으며 기뻐할 수 있다.’

    나의 단골 식당 ‘또또'를 지나(이곳은 곧 소개할 예정), 동네 주민의 사랑을 듬뿍 받는 카페 ‘보틀라운지’에서 조금만 더 가면 오늘의 목적지인 ‘산스(Sans)’가 나온다. 기울어진 언덕을 걸쳐 2층 같은 1층에 자리 잡고 있어 잠시 입구가 어디인지 두리번거리게 되는 매력이 있다.


    산스는 제철 재료를 활용한 계절 메뉴를 선보이는데, 그 외의 메뉴에도 재료를 신경 쓴 것이 느껴진다. 1등급 무항생제 계란, 유기농 토마토, 곡물 식빵 등 건강을 좀 챙긴다는 사람들에게는 반가운 정보다. 지금 만나볼 수 있는 제철 메뉴는 숲 스프, 겨울 샐러드, 그린 파스타 정도가 있는데 다 먹을 자신이 없어 스프에 버터빵을 추가하고, 파스타를 주문했다.

    가장 먼저 나온 ‘숲 스프’는 부드러운 감자 스프에 감태와 흑미 튀김이 올려져 있었는데, 맛을 보기도 전에 코끝에서 감태가 머금은 바다의 향이 진하게 퍼져왔다. 담백한 감자와 짭조름한 감태의 조화로움과 바삭한 식감의 튀김이 씹히는 식감까지. 첫인상은 낯설게 느껴질 수 있어도 먹다 보면 익숙함과 새로움을 느낄 수 있는 메뉴였다.


    메인 메뉴인 ‘그린 파스타'는 시금치 페스토에 오동통한 리가토니면에 토치로 구워낸 시금치 구이가 듬뿍 올려져 나왔다. 담백한 두유 소스가 곁들여져 나오는데 자칫 심심하게 느껴질 수 있는 맛을 부드럽게 연결해 주는 가교 역할을 해준다. 시금치가 적절히 아삭하게 구워져서 씹히는 맛이 살아있고, 소스가 듬뿍 묻힌 파스타면을 소스에 콕 찍어 먹는 재미가 있었다.

    뽀빠이가 시금치를 먹으면 힘이 세지는 것처럼, 시금치가 아낌없이 들어간 요리여서 그런지 먹을수록 기분 좋은 에너지가 가득 차오르는 듯하다. (이 메뉴는 비건 메뉴라 모두에게 사랑받을 수 있는 요리다) 요리 메뉴 이외에도 음료나 디저트도 계절 메뉴가 있어서 궁금했는데, 배가 불러 시도해 보지 못해 좀 아쉬웠다. 혹시 이 글을 보게 된다면 혼자보다는 둘 이상 가서 디저트까지 꼭 드셔보시기를.



    산스(Sans)
    연희동 708-3 1층 언덕 위 입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