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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보스턴의 완벽한 파트너
  • 버켄스탁을 한 번도 신어본 적이 없다. 비싸서 못 샀다. 발이 편해 보이지 않아서 안 샀다. 무리해서 샀는데 불편해서 몇 번 못 신으면 억울하잖아. 거리에서 보일 때마다, 패션 유튜브에서 추천 아이템이라며 강조할 때마다 애써 모르는 체했다. 우선순위를 차지한 다른 신발들을 떠올리면서. 그러나 늦바람이 무섭다고, 22년부터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보스턴 클로그’가 이제야 눈에 들어온다. 켄달 제너가 신고 헨리 아이켄베리가 신고 수박빈티지 사장님이 신고 팔로워가 나보다 적은 이름 모를 인친도 신는다. 어느 스타일에나 잘 어울리는 걸 보니… 심각한 고민에 빠진다. 저 보스턴 살까요 말까요.
    보스턴을 사기 전에 양말부터 하나 사야 한다. 내게 이건 양말과 세트로 묶어 생각해야 하는 신발이니까. 사실 나는 보스턴을 반바지에 흰 양말과 함께 신고 싶어서 사려는 거니까. 가장 자주 매치하게 될 바지는 무릎까지 내려오는 베이지 혹은 데님 버뮤다팬츠. 그렇다면 양말은 적당한 볼륨을 가진 스포츠삭스로 가는 게 정답이겠지? 너무 길지도 짧지도 않고 너무 매끈하지도 투박하지도 않은 범용성 좋은 스포츠삭스라면 뭉툭한 앞코가 특징인 보스턴과 한 몸이 되어 움직일 테다. 깨끗한 화이트 컬러에 쫀쫀한 세로형 골지가 발목에 경쾌함을 더해주는 삭스타즈 스포츠의 솔리드 파일 크루 삭스처럼. 기분 내고 싶은 날을 위해 그린 컬러도 함께 쟁여둔다면 30대 털보남의 썸머 스타일링도 두려울 게 없다.
  • EDIT BY 김정현
  • SOCKSTAZ SPORTS STP002 Solid Pile Crew Socks 7,000원

  • 완벽한 양말 덕후에게 딱 한 가지 없는 것
  • 양말의 매력에 푹 빠진 채 살아온 지 어언 25년. 강산이 두 번 바뀌고도 남을 긴 시간 동안 한 우물을 판 덕에 양말 덕후로서 꽤 많은 업적(?)을 이루어 냈다. 그중 가장 자랑스러운 것은 단연 그간 모은 양말 컬렉션이다. 고급스러운 체리목 4단 서랍에 고이 수납한 도합 158켤레의 양말을 정리하노라면 매번 뿌듯함이 어깨까지 차오른다. 나의 이 탁월한 안목 좀 보라지. 한데, 최근 여름을 맞아 서랍장을 정리하던 중에 불현듯 무언가 깨달았다. 완벽한 양말 덕후의 양말 서랍에 ‘이것’이 없었다. 어느 가정집 양말 통에나 한 묶음씩은 있다는 그것, 기본 흰색 양말 말이다.
    부끄럽지만 인정해야겠다. 남들 다 신는 평범한 흰색 양말을 나까지 신고 싶지는 않았다…. 무릇 덕후라면 평범한 양말에서 특별한 매력을 끄집어낼 줄 알아야 하거늘. 늦었지만 이제라도 흰색 양말 연구를 시작하려 한다. 첫 시도로 선택한 양말은 삭스타즈의 시어 립 미드 카프. 아주 담백한 흰색 양말인데, 쭈글쭈글하게 잔뜩 주름을 잡아 신으니 마냥 순정하지 않다. 외려 힙한 느낌. 평소 오방천을 주렁주렁 매단 성황당 나무처럼 입는 편이라 발목이 심심해 보일까 걱정했는데 아니었다. 깨끗한 흰빛이 도는 양말은 존재감이 또렷하다. 아, 25년을 파도 양말의 매력은 끝이 없다. 기본 흰색 양말이 평범해서 재미없다 생각했다면, 시어 립 미드 카프를 꼭 한 번 신어 보시기를.
  • EDIT BY 구달
  • SOCKSTAZ FASHION STW211 Sheer Rib Mid-calf 9,000원

  • Everything is good for you
  • 일부로라도 긍정적일 필요가 있냐 묻는다면, 내 대답은 정해져 있다. "그렇다!"
    그런 주제에 꽤나 냉소적인 기질을 가졌고, 이 타고난 부분을 부정하면서까지 요즘의 나는 필사적으로 반대편을 보려 한다. 긍정적인 삶이 좋기 때문이다. 무턱대고 웃고, 맥락 없이 잘 될 거란 기대를 갖고 살고 싶다는 뜻은 아니다. 우리에게 벌어지는 수많은 사건 중 사고에 가까운 불행한 이벤트도 생기기 마련이지만, 슬픈 건 슬픈 거고, 슬프다 해서 기쁠 자격을 상실하는 건 아니란 걸 알았을 뿐이다. 때론, 불안과 무력감에서 벗어나려 노력하는 것도 모험에 준하는 의미를 갖는다. 살던 대로 살지 않는 모든 의지나 행동이 전부 모험이니까.
    아이돌 그룹 '아이브'의 인기 멤버인 장원영 씨 덕분에 '원영적 사고'라는 신조어가 핫한데, 모든 상황에 대해 프로 연예인처럼 유쾌한 반응과 긍정적인 해석을 생산하는 것은 엄청난 노력이 필요한 일이다. 기대가 어그러진, 노력에 반하는, 흥이 깨진 여러 상황 속에서 좋은 믿음을 깨뜨리지 않는 것.
    일부로라도 생활 반경 안에 그 믿음을 환기시키는 장치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이를 테면, 주기적으로 꽃집을 방문해 화병을 채워 놓거나 좋아하는 향기 제품을 곳곳에 두고 쓰는 것. LA CERISE SUR LE GATEAU의 티타월도 꽤 훌륭한 아이템이 될 수 있을 것 같다. 대놓고 positive attitude를 주창하는 패브릭이니까. 손을 슬쩍 닦는 시간만이라도, 마음에 낀 불순물을 닦아내듯 가벼워져 보자!
  • EDIT BY 김해서
  • LA CERISE SUR LE GATEAU LCG086 Tea Towel: Attitude Tangerine 36,000원

  • 진짜는 모두가 알아보는 법
  • 서당 개 삼 년이면 풍월을 읊는다고 했던가. 양말 가게 점원 5년이면 양말을 슥 보기만 해도 안다. 오 이것은 명작이로군. 여기서 명작 양말이라 함은, 내 기준으로 정의하자면 크게 세 부류다. 첫째는 패션의 명작. 희소성 높은 독특한 디자인으로 신을 때마다 “이런 양말은 어디서 사요?”라는 질문을 받게 만드는 양말이다. 둘째는 기본템의 명작. 자꾸만 손이 가는 편안함과 튼튼함, 실용성으로 삶의 질을 대폭 높여주는 양말이 이에 해당한다. 셋째는 소재의 명작. 발에 꿰는 순간 감탄사를 내뱉게 만드는 부류로서, 여주 진상미로 갓 지은 쌀밥이라든지 헤스텐스 침대에서 푹 자고 일어난 다음날 아침과 같은 만족감을 주는 양말이다.
    memeri의 기자 코튼 삭스는 소재의 명작이다. 바삭한 질감은 리넨의 감촉과 닮았고, 은은하게 감도는 광택은 실크의 우아함을 연상케 한다. 착용감은 또 어찌나 부드러운지. 면화 중 으뜸이라는 기자 코튼을 사용했기 때문인데, 기자 코튼이라는 용어를 난생 처음 들은 사람이라도 이 양말을 본다면 단박에 기자 코튼이 코튼계의 명작임을 알아챌 수 있을 터이다. 고백하건대 내가 부끄럽게도 손님들에게 ‘긴자 코튼’이라고 잘못 설명하는 실수를 종종, 아니 사실 꽤나 자주 저지르는데도 손님들은 고개를 힘차게 끄덕이며 이 양말을 바구니에 담는다. 진짜는 모두가 알아보는 법이다.
  • EDIT BY 구달
  • MEMERI ME101 Giza Cotton Ribbed Socks 22,000원

  • 세상에 같은 검정 양말은 없으니까
  • 세상에 같은 색조는 없다는 말은 검정 양말에도 적용된다. 블랙도 천차만별의 블랙이 있으니까. 재질에 따라서도 블랙의 매력은 완전히 달라진다. 말 그대로 시커먼 블랙, 물 빠진 블랙, 글리터나 스팽글 박힌 블랙, 망사 블랙, 쿨톤 블랙, 웜톤 블랙, 매트 블랙, 유광 블랙... 일주일 내내 신어도 새로운 기분으로 신을 수 있다.
    블랙이라 오염 걱정도 덜하다는 점이 일단 마음에 든다. 게다가, 신발과 하의 틈으로 발목이 너무 밝은 색으로 드러나면 하의 기장이 끝까지 내려오지 못하고 엉뚱한 지점에서 끊어지는 것처럼 보여 부담스러울 때가 있는데, 블랙은 그림자와도 같아서 그런 걱정을 잠재운다. 휘뚜루마뚜루 어떤 상황에서든 옳다. 격식을 갖춰야 할 때도, 무난한 복식을 취할 때도 모든 상황에 어우러지는 컬러! 궁극의 검정 양말을 여러 개 갖춰두는 건 부질없는 소비가 아닐 거다. (응?)
    그런 의미에서 HIIG132 black long bud socks는 여러 기준에서 합격점을 줄 수밖에 없는 아이템. 기장이 길어 종아리가 날씬해 보일뿐더러, 살짝 내려 신음으로써 주름 연출을 하기에도 좋다. 발 답답한 건 못 참는 사람인지라 두께가 얇은 편인 것도 플러스 요인. 살이 은은하게 비쳐 고급스럽다. 게다가 자수 'h'가 작은 포인트로 새겨져 있는데, 'h' 이니셜이 들어가는 이름의 친구에게 줘도 귀여운 선물이 되지 않을까? ‘이건 그저 그런 여느 검정 양말이 아니야~’ 하면서 말이다.
  • EDIT BY 김해서
  • HIIG HIIG132 black long bud socks 11,000원

  • 월요병 퇴치를 위한 글리터 양말
  • 도비에게는 양말이 자유일지 몰라도, 우리 일개미들에게 양말이란 때론 직장인이라는 죄로 회사라는 감옥에 갇히기 위해 스스로 꿰어 입는 죄수복처럼 느껴지는 법이다. 특히 월요일에는. 내게도 아침마다 양말 통을 부여잡고 출근하기 싫어 몸부림치던 시절이 있었다. 퇴근이라는 가석방을 기다리며 은퇴라는 만기 출소를 꿈꾸던 나날들. 다행히 나는 그때도 죄수복을, 아니 양말을 너무너무 좋아했다. 덕분에 은밀히 일탈을 시도할 수 있었다. ‘BORING’이라고 적힌 양말을 바짓단 아래 슬그머니 감추고 출근하는 식으로 말이다.
    새로 옮긴 일터의 딱딱한 분위기에 적응하려 고군분투 중인 친구를 위해 양말을 골랐다. 아이헤이트먼데이의 연보라색 글리터 삭스. 브랜드 이름으로 웃기려는 의도였는데 친구가 정말로 배꼽을 잡아서 어찌나 뿌듯했는지 모른다. 별다른 설명 없이 슥 양말만 건넸지만 친구는 내가 마음속으로 건넨 말까지 수신했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출근이 유독 힘들고 버거운 날 이 영롱하게 반짝이는 양말을 꺼내 신기를. 잿빛 사무실에서 뻔뻔하게 존재감을 뽐내는 발목을 들여다보며 잠시나마 웃음 짓기를. 일개미를 구원하는 것은 월급, 연차, 그리고 위트니까.
  • EDIT BY 구달
  • I HATE MONDAY IHM116 Glitter socks: Lavender 8,000원

  • 나만 아는 기쁨
  • 방송인 홍진경은 말했다. “남들한테 보이는 면에서 자존감을 찾지 않아요. 내가 늘 베고 자는 베개의 면, 맨날 입을 대고 마시는 컵의 디자인, 매일매일 지내는 내 집의 정리 정돈… 여기서부터 자존감이 시작되는 것 같아요.” 거창하게 자존감까지 갈 필요도 없다. 짜증 나는 일투성이인 고단한 일상에 잠깐이라도 기분이 좋아진다면 그걸로 충분하다. 남들은 몰라도 상관없는, 아니 나만 알아서 더 즐거운 비밀을 확보하는 것. 쓸모없(어 보이)는 것의 가치를 기어이 올릴 줄 아는 사람은 우울과 무기력 앞에서도 쉽게 무너지지 않는다고 믿는다.
    양말 전용 세탁망도 마찬가지다. 누군가는 이 물건의 존재 의의를 평생 이해하지 못할 것이다. “커다란 세탁망에 팬티랑 난닝구랑 다 때려 박고 돌리면 되잖아. 양말 얼마나 한다고 굳이?” 그가 놓친 건 ‘굳이’ 하는 행위만이 만들어낼 수 있는 행복. 세탁망을 분리함으로써 양말 손상을 막을 수 있다느니, 고리를 거는 형태인 만큼 더 쾌적하게 보관할 수 있다느니 하는 팩트(?)에 기반한 설명에 열을 낼 필요도 없다. 이 행복은 나만 알 때 더 충만해지는 비밀이니까. 나는 내가 아끼는 양말을 굳이 따로 보관하고 관리해. 쓸데없어 보이는 곳에 돈을, 시간을, 마음을 투자하며 살아. 그렇게 유별나게 신경 쓰는 영역이 하나하나 늘어가는 과정이 뿌듯해. 일상 구석구석 고개를 돌릴 때마다 마음에 드는 장면투성이거든.
  • EDIT BY 김정현
  • KBP SOCKSTAZ X KBP: Laundry Bag 7,000원

  • 리추얼 for HBD
  • 살아낼수록 생일이 좋아진다. 주책인가. 내 생일에만 국한된 감정은 아니다. 누구를 만나더라도 그가 오늘 생일이라면, 진심으로 축하 인사를 건네고 싶다. 원래 이런 사람은 아니었다. 생일이 대체 뭐길래 다들 유난이냐며 냉소적으로 굴거나, 다정한 축하 카드를 받기라도 하면 몸이 굳곤 했다. 나는 길가에 핀 들풀처럼 어쩌다 태어났고, 내 부모가 고통과 초조함 속에서 애간장을 태우며 낳은 무언가일 뿐이다. 살갑고 애살스러운 표현을 잘 나누는 가정 환경이 아니었던지라, 으레 나누는 ‘생일 축하해’ 하는 인삿말도 어색했던 것도 같다. 그저 군말 없이 미역국을 먹는 날이었는데.
    그러나 사람은 일단 더 살고 볼 일인가 보다. 이십 대 초반만 해도 매해 돌아오는 생일이 지겹고 한 살 한 살의 무게를 실감하지 못했건만, 지금은 캘린더에 표시된 생일 하루이틀 전부터 마음이 몽글몽글해진다. 살아낸 날이 많아질수록, 울고 웃고 힘들어하고 해낸 날이 많아질수록, 내가 짊어지고 태어난 업이 닦이는 거라면 좋겠다. 그만큼 소중한 오늘 하루의 가치. 살아낼수록 내게 주어진 것의 의미도 점차 달라지고, 살아낼수록 오래 사랑하고픈 것들이 주변에 채워진다.
    어디 가서 티 내긴 아직 부끄럽지만 자축은 제대로 하고 싶을 때, 생일 전용 양말을 신어보면 어떨까. HBD socks라면, 부담스럽지 않은 선물로도 좋을 것 같다. 하루 시작과 함께 발끝부터 차오르는 생의 기쁨! 앞으로도 이어질 우리의 N번 째 생일을 위한 소소한 리추얼을 이 양말로 만들어보는 거다.
  • EDIT BY 김해서
  • HIIG HIIG375 HBD socks 13,200원

  • 바캉스 떠날 때 들고 싶은 보부상 가방
  • 모 유명 패션 플랫폼 검색창에 ‘보부상’을 입력하면 1,500개가 넘는 결과가 나온다. 패션과 보부상이라니, 대체 무슨 연결고리란 말인가. 그러나 블랙핑크 제니를 좋아하던 이들에게는 어색한 현상이 아니다. 그녀야말로 세계에서 가장 핫하고 힙한 보부상이니까. 과장 조금 보태 자기 몸만한 가방을 들고 다니는 모습이 여러 차례 노출되자 사람들은 너나 할 것 없이 ‘보부상 가방’을 찾기 시작했다. 제니처럼 귀여워 보이고 싶은 마음이었을까? 여기서 가방이 중요한 건 아닐 테지만… 하여튼 많은 이들이 빅백의 실용성에 매료됐다는 건 각종 수치를 보면 알 수 있다.
    모아몽의 토트백을 보자마자 무릎을 탁 쳤다. 바캉스를 떠날 때 들고 싶은 보부상 가방이 바로 이런 거잖아! 매끈하고 쌔끈한 거 말고, 자연스럽고 빈티지한 맛이 있는 가방. 무채색의 답답함보다 파스텔 톤의 따뜻함과 화사함이 느껴지는 가방. 크고 넉넉하되 여분의 주머니 덕에 깔끔하게 수납이 가능한 가방. 심지어 손잡이도 두 종류다. 어깨에 메는 숄더백으로도, 손으로 드는 토트백으로도 기능하는 사랑스러운 멀티 플레이어다. 언젠가 프랑스 남부 해안으로 여름휴가를 떠나게 되는 날, 투명한 햇살 아래 꽃 자수가 새겨진 하얀색 오픈 칼라 셔츠를 입고서 이 가방을 들어야지. 셀피도 여러 장 찍어 인스타그램에 올려야지. 제니만큼 귀여울 순 없겠으나 30대 털보 아저씨치고는 나쁘지 않을지도 모른다…
  • EDIT BY 김정현
  • MOISMONT MOM099 Tote Bag N°39: Block Coffee/Blue 150,000원

  • 어디로든 크로스백
  • 즉흥적인 성향의 P형 인간에게는 에코백이 최고인 줄 알았다. 이것저것 두서없이 다 때려 넣고 집을 나서면 그만이니까. 그날도 어김없이 흐물흐물한 천가방에 소지품을 대충 챙겼다. 카페에 가려던 참이었는데, 뺨을 스치는 산들바람이 시원해 별안간 자전거가 타고 싶어졌다. 공유 자전거를 찾아 바구니에 가방을 넣고 페달을 밟았다. 달그락달그락. 전자책 단말기와 텀블러가 자진모리장단에 맞춰 서로를 향해 달려들었다. 불안한 마음에 가방을 꺼내 어깨에 걸쳤더니 2초 만에 흘러내려 전자책이 박살날 뻔했다. 그날 깨달았다. P형 인간에게 필요한 건, 무슨 짓을 벌이든 몸에 단단히 매달려 있어 줄 튼튼한 크로스백이라는 사실을.
    라세리슈르갸토의 Bum Bag을 점찍어 두었다. 매장에서 직접 매보았는데, 가벼우면서도 탄탄한 원단을 사용해서인지 착용감이 편안했다. 줄을 짧게 매어 등허리에 고정시키면 소지품이 위태롭게 출렁거릴 염려 없이 자전거 타기든 달리기든 마음껏 즐길 수 있을 테다. 급작스레 행선지를 바꾸어 만원버스에 몸을 실어도 손이 자유로우니 균형 잡기 쉽겠지? 석촌 호수를 거닐다가 갑자기 후룸라이드를 타고 싶어져도 오케이다. 방수 소재니까. 빨강, 노랑, 분홍, 초록 줄이 경쾌하게 어우러진 봉긋한 체크무늬 크로스백을 맨 P형 인간의 초여름 행보는 갈지 자를 그리며 풍성하게 채워질 예정이다.
  • EDIT BY 구달
  • LCSLG LCG099 [Water Proof] Bum Bag: Fair Play 113,000원

  • 단지 조금 다른 선택
  • 스타킹을 신지 않은 지 오래다. 어느 날부터 비침 없는 레깅스가 그 역할을 대신했다. 학창 시절에 검은 스타킹을 여러 벌 마련해 번갈아 신었던 것처럼, 아무런 디테일 없는 기본형 레깅스 몇몇을 구비해두고 꼭 필요할 때만 입고 있다. 치마보다는 바지를, 반바지보다는 바닥을 끄는 긴 바지를 즐기는 내게 스타킹은 후순위 쇼핑 항목이었다.
    그런데 ‘레드 라인 백 포인트 스타킹’은 서정적이면서도 기분 좋은 상상력을 일으키며 내 지갑 문을 톡톡 두드린다. 기꺼이 환대로 응하고 싶은 노크 소리. 종아리 선을 따라 세로로 그어진 붉은 선을 보고 있으면, 동아시아 설화에서 통용되는 운명의 붉은 실 ‘홍연’이 문득 떠오른다. 월하노인이 맺어준 천생연분 커플을 연결하는 붉은 증표. 그 실은 서로의 손가락에 얽혀 있다고 하는데, 손가락 말고 다리에 드리워져도 멋있을 것 같다. 내 다리로 직접 인연을 찾아 나서겠다는 곧은 선언처럼 다가오는 듯해서. 물론, ‘반쪽 찾기’ 같은 비장하게 임할 목표로만 이 스타킹을 개시할 순 없다. 하늘이 점지해 준 것 같은, 맘에 쏙 드는 ‘행운’을 만나길 바라는 기대감 정도만 품고 가볍게 신어볼 수도 있겠다.
    일상에 상상력과 재미를 더하는 작은 물건이 갈수록 좋다. 작은 물건들의 힘은 결코 작지 않으니까. 삶의 순간순간을 시(詩) 속 은유처럼 아름답고 위트 있게 빚어내는 힘은, 절체절명의 결단이 아닌 단지 조금 다른 선택에서 비롯되는 것이다. 늘 신던 레깅스 대신, 한끗 다른 스타킹을 골라든 어느 날의 설렘처럼.
  • EDIT BY 김해서
  • I HATE MONDAY IHM100 Red Line Back Point: Black 13,000원

  • 마침내, 재출시
  • 손님들은 좋은 소식과 나쁜 소식 중 어느 쪽을 먼저 듣고 싶어 할까? 속속 품절되어 듬성듬성 빈자리가 생긴 진열 바구니를 정리하며 고민한다. 역시 나쁜 소식부터 털어내는 편이 낫겠지. 매장에 들를 때마다 피스타치오 컬러 립 크루 삭스를 대여섯 켤레씩 사 가는 손님에게 어렵사리 운을 뗀다. “그 컬러는 단종되었어요.” 나라 잃은 사람처럼 허망한 표정을 짓는 손님. 처음 우리 가게를 찾은 이후로 매일 똑같은 양말만 신어온 분이니 그럴 만도 하다. 서둘러 좋은 소식을 덧붙인다. “근데 곧 강화된 스펙으로 다시 나올 거예요!”
    삭스타즈 컬러 립 크루 삭스가 마침내 돌아왔다. 그것도 희소식 두 가지를 물고서. 첫째, 컬러가 바뀌었다. 차분하고 부드러운 톤의 24가지 컬러로 정리된 것. 덕분에 서너 켤레만 골라도 어느 옷에나 어울리는 실용적인 양말 컬러 팔레트를 구성할 수 있게 되었다. 둘째, 사이즈가 둘로 나뉘었다. 체형에 구애받지 않고 누구나 착용 가능한 기본 양말을 만들고자 고심한 결과물일 텐데, 여기에 희소식을 보태자면 가격은 변동 없이 그대로다! 새롭게 태어난 컬러 립 크루 삭스가 인생 2회차(?)에서도 듬뿍 사랑받기를. 더불어 단골손님에게도 희소식을 전할 수 있어 기쁘다. 피스타치오가 이름을 세이지그린으로 바꾸고 살아남았다.
  • EDIT BY 구달
  • SOCKSTAZ STANDARD STB001 STANDARD 컬러 립 삭스 5,000원

  • MUST-HAVE, CAMUS
  • *나는 사람이기보다는 까마귀 같습니다. 휙 성의 없이 날아가면서도 빛나는 것을 캐치할 수 있죠. 그리고 빛나는 것에 대한 욕심이 심합니다. 어떻게든 주워서 집구석에 차곡차곡 모아둡니다. (…)삶이 그것들로 숨이 막혔으면 좋겠어요. 발에 차이고, 먼지가 쌓이고, 재미없는 걸레질처럼 여겨질 만큼요. 그래야 내가 그것으로 살았다고 할 수 있지 않겠어요?*
    두 번째 책을 내지 않았으므로 ‘첫’ 산문집이라 칭하긴 민망하지만, 아무튼 내 첫책 [답장이 없는 삶이라도]에 나를 소개하며 쓴 대목이다. 소개라더니 직업도, 이름도, 나이도 뒷전인 이유가 있다. 이 꼭지의 제목은 [자기소개 싫어하는 사람의 자기소개]였고, ‘나’라는 인간을 다른 동물에 비유한다면 까마귀일 거라며 운을 떼는 글이었다. 그런 의미에서, SOCKSTAZ의 페르소나인 까뮤와의 만남은 자석처럼 끌렸다. 왜? 많고 많은 동물 가운데서 까마귀?
    나는 너무나도 매끈하고 화려한 수식으로 가득한 브랜드 메시지를 선호하지 않는다. 귀담아듣는 편도 아니다. 지나치게 열심히 자기소개하고 체면을 차리는 것으로 보여서. 차라리 ‘먼지 쌓인 취향’을, ‘제멋대로 선택한 것’과 ‘그래서 잃은 것’을 허심하게 보여주는 쪽을 신뢰한다. 이게 내 삶이었어, 하고.
    까뮤가 내 마음을 사로잡은 이유도, 패션 잡화 셀렉숍의 마스코트이면서도 과장된 자세나 사람들에게 사랑받을 만한 귀여운 표정을 짓고 있지 않다는 점에 있다. ‘여긴 내 자리인데, 어쩐 일?’ 말하듯이 두 발을 쭉 뻗고 앉아서는 무심하게 눈을 뜨고 있다. 되려 SOCKSTAZ에게 일어나는 호감. 앞서 얘기했지만 나는 빛나는 것의 냄새를 기가 막히게 캐치할 수 있다. SOCKSTAZ라는 보금자리는 까뮤가 모은 근사한 것들로 가득 차 있을 게 분명하다. 곁에 붙어있고 싶을 정도로!
  • EDIT BY 김해서
  • SOCKSTAZ RY122 Rayure Épicéa 15,000원

  • 시작은 피스타치오부터
  • 엄마가 신는 양말은 정해져 있다. 쉽게 더러워진다는 이유로 흰색은 배제하고, 검정이나 네이비, 회색이 대부분. 화사함과는 거리가 있다. 퀄리티 좋은 양말이나 패턴이 예쁜 양말을 골라 선물해 드린 적도 있지만 '일할 때 신을 용은 아니다', '양말이 왜 이렇게 비싸냐'며 서랍장 안에 곱게 모셔둘 뿐이었다. 그래서일까. 은연중에 나도 '데일리 양말 = 무채색 양말'이라는 걸 공식으로 받아들였던 것 같다. 하지만 평소와 다른 분위기를 내보고 싶은 날도 있기 마련. 몇 안 되는 컬러풀하고 반짝거리는 양말을 꺼내 종아리까지 힘껏 추켜올리며 기분이 좋아지고, 엄마가 생각난다. 엄마에게도 조금은 다른, 부담스럽지 않지만 은은하게 화사한 양말이 하나 있으면 좋겠다고. 이를테면, Rib & Rib Crew Socks: Pistachio처럼 기본에 충실하지만 골지 같은 예쁜 짜임이 있고 보기 드문 우아한 색깔을 지닌 양말 말이다. 합리적인 가격대도 호감 요소. 민트만큼 쨍하지 않지만 그레이보단 생기가 있는, 이 피스타치오 양말을 다가오는 봄에 선물을 해볼까 싶다. 엄마의 서랍장 안 칙칙한 데일리 양말들 가운데 피스타치오가 한 켤레 자리하다 보면, 연핑크, 오렌지 등 점차 더 더 화사한 색깔도 들어올 수 있지 않을까?
  • EDIT BY 김해서
  • SOCKSTAZ FASHION Rib & Rib Crew Socks: Pistachio 12,000원

  • 이토록 반가운 선물
  • 수건 선물. 너무 뻔하다고 느껴지는가? 이미 집에 한가득 쌓여 있어서 더 받으면 처치 곤란 아닙니까. 다시 생각해 보자. 졸업식, 개업식, 로터리 클럽, 환갑잔치 기념 수건을 말하는 게 아니다. 시각과 촉각 모두를 만족시키는 프리미엄 타월 얘기다. 보고만 있어도 기분 좋고 피부에 닿으면 더 기분 좋은 이 물건이 정말 반갑지 않은 선물이라고
    이사 기념으로 오래된 증정용 수건을 버리고 새 수건을 샀던 날을 기억한다. 도톰한 두께의 연회색과 진회색 수건 여러 장을 서랍장에 곱게 개어 넣던 때의 기분이란. 프리미엄 딱지를 붙이기에 애매한, 네이버에 ‘호텔용 수건’이라 검색해 리뷰 많고 가격 저렴한 것으로 고른 제품도 삶의 질을 높여주기에는 충분했다.
    하물며 한 장에 4만 원이 넘는 라세리슈르가토의 오가닉 코튼 배스 타월은 어떨까. 뜨거운 물로 샤워를 마치고 커다란 타월로 젖은 몸을 덮어버리는 순간. 그 부드러운 촉감을 한 번 맛보면 이전으로 돌아가지 못 할지도 모른다. 깔끔한 노리 그린 컬러와 우아한 파일 조직의 매력은 ‘역시 예쁜 게 짱’이라는 진리를 상기시켜 줄 테고. 졸업식 수건은 이제 보내주자. 하루의 시작과 마무리에 미치는 영향을 떠올린다면 수건 선물은 더 이상 뻔하지 않다.
  • EDIT BY 김정현
  • LA CERISE SUR LE GATEAU LCG174 Bath Towel: Nori 42,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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